캄보디아 한국 업체들 “노조 상대 손배소 추진”

주영재 기자

“피해액 1000만달러 이를 것” 사용자단체 차원 제기

인권단체들 “인권침해 비판에 기름 붓는 행위” 비판

민주노총은 6일 ‘유혈진압 규탄’ 긴급 기자회견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봉제업체들이 캄보디아 야당 대표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시위(경향신문 1월4일자 1·6면 보도)에 따른 피해를 이유로 들었으나 한국 기업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반노동적인 무차별 손배소 관행을 되풀이함으로써 문제 해결보다는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캄보디아 한국봉제협회 김준경 부회장은 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물 파손과 조업 중단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다”며 “통합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 대표 삼랭시와 8개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송은 한국봉제협회가 속한 사용자단체인 캄보디아의류생산자연합회(GMAC·이하 연합회) 차원에서 제기하지만 소송 제안은 한국 업체가 주도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 한국 업체들이 회의를 열고 손배소를 제기하자고 결정한 뒤 이를 연합회에 제안했다”며 “중국과 대만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찬성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대로 빠르면 다음주 초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회에는 한국 업체 60여곳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계 업체가 600개 정도 포함돼 있으며, 한국 기업 간사 2~3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봉제협회는 “조업 중단에 따른 한국 업체의 피해액이 각 공장당 최소 20만~30만달러에 이르며, 모두 합치면 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확한 피해액은 집계 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한 달 가까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류·신발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지난 3일 무장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노동자들은 현행 80달러인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두 배인 160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난해 말 95달러로 올리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연합회는 반대하며 임금협상 참가조차 거부했다.

한국 기업들의 손배소 추진 소식에 국내 인권단체는 한국 기업들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무차별 손배소 관행을 해외에서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한국에서도 업무방해로 노조에 손배소를 제기해오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개정을 권고받고 있는데, 이것을 캄보디아에서도 계속하는 게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노조와 대화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손배소를 끌고 나오는 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나 사무처장은 “정부의 발포로 노동자가 희생된 것에 한국 업체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며 “아시아 각국에서 항의시위가 조직되고 있는데, 한국 업체가 손배소를 추진하는 게 알려지면 인권침해 비판에 기름을 붓는, 망신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6일 오전 10시30분 주한 캄보디아대사관 앞에서 캄보디아 최저임금 인상 시위 유혈진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캄보디아 경찰과 군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고, 파업을 무력으로 진압하도록 한 한국 정부나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편 손배소 제기는 사태 해결보다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한국 업체인 약진통상이 유혈충돌의 계기가 된 군부대 출동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잘 오지 않고 조업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 군부대에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부대가 (보호) 임무와 다르게 행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약진통상은 3500명이 근무하는 사업장으로, 군은 이곳에서 시위하던 노동자 15명을 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시위대가 공장 출입구를 부수고 비노조원을 끌어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렬해 강경진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캄보디아에는 6000여명의 교민이 상주하고 있으며,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일 노동자 시위를 유혈진압한 캄보디아 당국은 4일 다시 반정부 집회를 열던 노동자 등 1000여명을 강제해산하는 등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4일 성명을 발표하고 “군이 정부와 국왕, 헌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통합야당과 시위대에 경고했다. 프놈펜 시장은 공문으로 야당에 시위·집회 불허를 통보한 가운데 법원은 야당 지도자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주영재·윤승민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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