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캄보디아 노동자 상대 손배소 시도 중단해야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 야당 대표와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노조의 파업과 시위에 따른 생산 차질과 시설 파손 등 피해액이 1000만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의류생산자연합회(GMAC) 차원의 소송이지만 그런 제안과 진행을 한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다.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가난한 노동자에게 거액 손배소로 대응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반노동적인 처사다. 한국 업체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당장 그만두는 게 옳다.

거액 손배소는 한국에서나 통용되는 노동탄압 수단이다. 돈으로 노동자를 죽이는 것이자 노사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최고 원흉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지 오래다. 파업 때문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파업권을 부정하는 짓이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시설 파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 또한 진압의 적법성을 따지지 않고 노동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국제인권원칙을 위반하는 처사로서 ILO 등 국제기구가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파업 노동자에게 업무방해를 이유로 거액 손배소를 걸어 파업을 무력화해온 국내 관행을 다른 나라에까지 행사하는 것은 국제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다.

더욱이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지난 3일 유혈사태가 한국 업체의 군 동원 요청에서 비롯됐다는 보도가 있다. 한국 업체를 포함한 GMAC가 교섭을 거부하고 최저임금 인상 반대 및 공장 이전 협박으로 대응한 것이 시위를 격화시키고 무력 진압 사태로 치달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캄보디아 노동자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진 데는 한국 기업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손배소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비단 캄보디아만이 아니라 외국에 진출한 일부 기업의 반노동적 행태는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 아니라 더 큰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지 않으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ILO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반노동적인 무차별 손배소 관행을 개선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캄보디아 진출 기업에 국제기준과 보편적 인권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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