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진압 공포 지속… 노동자 최대 90%, 월급 포기한 채 고향으로
100여개의 의류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벵 스렝 거리는 지난 3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노동자 5명이 사망한 이후 ‘유령마을’로 변해버렸다.
현지 언론들은 10만여명에 이르는 이 지역 의류공장 노동자의 최대 90%가 경찰에 잡힐까 무서워서 모두 도망을 갔고, 곳곳에 총알이 박힌 텅 빈 건물만 폐허처럼 늘어서 있다고 6일 전했다.
이곳에서 의류공장 노동자들에게 방을 세놓고 있는 키우 코른(56)은 “우리 건물에 세들어 있는 43명의 노동자 모두 겁에 질려 월급도 포기한 채 고향으로 도망갔다”면서 “이곳에 남아 있으면 경찰이 다시 들이닥쳐 총을 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캄보디아데일리에 말했다. 그의 건물 곳곳엔 경찰의 발포에 따른 탄흔이 남아 있고, 유리창은 깨져 있다.
벵 스렝 거리 일대에는 도망갈 돈조차 없거나 경찰에 잡혀간 가족을 기다리는 소수의 노동자들만 남았다. 팡 삼낭(30)은 지난 3일 집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끌려간 오빠를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잡혀간 다음날 오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어디론가 끌려가는 중인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면서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소크 콤(33)은 경찰이 마구잡이 연행을 하기 위해 집 안에 들이닥쳐 총을 난사했을 때 침대 밑에 숨어 겨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은 모두 고향으로 도망을 가거나 병원에 실려갔고, 나 혼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고향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갔다”면서 “며칠 후면 월급날이라 월급만 받으면 가려고 하는데 과연 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텅 빈 거리에는 소총을 든 군인들을 태운 지프가 수시로 돌며 순찰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성인 남성 2~3명이 모여 있기만 해도 군인이 다가가 검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의류업체들로 구성된 사용자 단체인 ‘캄보디아의류생산자연합회(GMAC)’는 6일 “(5명의 사망자를 낸) 경찰의 발포는 정당했다”며 정부를 옹호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중재안조차 거부하고 있는 연합회는 기물파손과 조업중단에 따른 피해액을 보상받기 위해 의류공장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경향신문 1월6일자 10면 보도).
켄 루 연합회 사무총장은 “노조가 시위 해산 명령을 듣지 않고 돌을 던지는데 경찰이 어떻게 해야 했겠는가”라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