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기자 프놈펜 2신 - ‘유혈진압 상처’ 캄보디아 노동자의 삶
페틸(30·가명)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의류노동자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약진통상 공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속칭 ‘벌집’에서 살고 있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철문을 열면 그의 2평 남짓한 방이 나온다. 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작은 나무 평상과 옷걸이 용도로 쓰이는 가로 막대가 전부다.
창문이 열리지 않아 낮에도 방 안은 컴컴하다. 슬레이트 천장은 여름이 되면 뜨겁게 달궈져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온도가 올라간다. 구석에 놓은 녹슨 휴대용 가스레인지 옆에는 쌀 반자루가 놓여 있다. 이것이 그의 부엌의 전부이다. 이 방 값은 25달러, 그는 이 좁은 방을 무려 3명의 동료와 함께 나눠 쓴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두 사람만 누워도 좁은 평상 위에 셋이 다닥다닥 붙어 자거나, 그도 아니면 한 명은 시멘트 바닥 위에서 자야 한다.
▲ 창문 없는 방 3명 나눠 써
최저임금 올려달라 파업
공수부대 출동 무참히 진압
한달 평균 130~150달러인 월급의 40%는 렌트비와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에 쓰인다. 40%는 시골에 있는 고향집에 보낸다. 그리고 남은 20%가 바로 그의 식비다. 게다가 의료비가 무척 비싼 캄보디아에서 몸이라도 아픈 달에는 적자다. 그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페틸은 지난달 25~27일 반나절 동안의 파업에 참여했다.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올려달라는 것이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그리고 25~31일에는 강도를 높여 일주일 내내 전일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햇볕이 드는 독방에 살고 싶은 그의 꿈은 너무 큰 것이었을까.
지난 3일 한국에 날아온 뉴스는 전날 한국·미국계 기업인 약진통상 앞에 911 공수부대가 출동해 약진통상 노동자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온 다른 기업 노동자들을 체포하고 무차별 구타했다는 소식이었다. 약진통상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페틸은 그날 회사 안에 있었지만,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을 거부하고 태업에 참가하고 있었다. 경찰이 파업을 해산시키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공수부대가 현장에 출동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이 파업을 막기 위해 공수부대 측에 출동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약진통상의 한국본사 관계자는 “어디서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공수부대와 파업 시위대가 충돌한 것이 우연히 우리 회사 앞이었을 뿐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 노동자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정문 밖에서 충돌이 일어난 날에도 평상시처럼 조업 중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 회사는 다른 업체보다 최저임금을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파업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약진통상의 기본급은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고, 다른 기업이 주지 않는 월 8달러의 점심 식대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페틸과 그의 동료들은 파업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