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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 하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정유진 국제부 기자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한국대사관이 캄보디아 군·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온 끝에, 군이 카나디아 공단 내 우리 기업만 직접 보호조치를 수행해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약진통상의 공수부대 출동 요청 의혹과 맞물리면서 일파만파 확산됐고, 급기야 미국 인터넷 언론 ‘글로벌포스트’가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기자가 캄보디아에 머무르는 동안 만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모두가 한국대사관의 페이스북 소동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기자메모]‘남 탓’ 하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대사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사흘 후 이 글을 삭제했고, 지난 17일 두 번째 장문의 공지글을 올렸다. “일부 ‘악의적인 기고문’ 때문에 이번 유혈사태의 배후에 대한민국 공관과 기업들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면서 “대사관이 군과 접촉해 한국 기업의 재산보호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이는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당연히 했을 조치”라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대사관이 지난 3일 카나디아 공단의 유혈사태를 뒤에서 조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사관이 비판받는 이유는 정상적인 외교루트를 통하지 않은 채 무자비한 탄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군경 당국과 직접 접촉해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그도 모자라 그 사실을 자랑스레 페이스북에 자화자찬한 비외교적인 인식 수준에 있다. ‘해명’을 하겠다는 두 번째 공지글에서조차 또 한번 접촉 사실을 공개했으니 대사관은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어 보인다.

반면 주캄보디아 일본대사관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글을 통해 “최근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낸 유혈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촉구한다”는 애도의 입장부터 밝혔다. 유혈참사로 충격에 휩싸였을 현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양식 있는 외교관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대사관은 남 탓만 하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악의적인 기고문’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글로벌포스트가 왜 그런 기사를 썼겠느냐. 한국인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해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종편방송의 아나운서가 아시아나항공 사망자를 두고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란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를 한 일이 있었다. 외교관들의 인식이 그보다 더 나을 것 없어 보이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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