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전체에 가금류 농장의 사람과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충남 천안의 가금류 축산농가들에 ‘AI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천안은 2004년 이후 3차례나 AI가 발생한 ‘AI 최빈발 지역’으로 축산농가들은 과거의 악몽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은 닭·오리 농장 일대에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철새 도래지인 풍세천 인근의 천안시 풍세면에서 종오리 1만7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영로씨(57)는 3~4일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심장이 떨려 매일 청심환을 먹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서 며칠째 잠 한숨 못 자고 축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새가 AI를 옮길 수도 있다는데 날아다니는 새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이곳 분위기는 한마디로 전쟁터”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26일 천안시 직산읍 판정리 종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27일에는 이 농장과 인근 3㎞ 내에 있는 2개 농장에서 닭과 오리 5만1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시작됐다. 풍세면 주민 신모씨(60)는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의 폐사한 종오리와 분변에서 고병원성으로 의심되는 H5형 항원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이 넋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충남지역 최대 규모의 양계단지가 있는 풍세면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인근 병천면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병천면에서 닭을 키우는 김의겸씨(59)는 “천안은 가금류 농가도 많고 AI가 올 때마다 초토화된 지역이라 다들 불안해서 꼼짝도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해마다 이 시기만 되면 겪는 공포가 올해 다시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충남도와 천안시 등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농장이 밀집한 풍세면과 병천면 등 6개 지역에 14곳의 방역 및 이동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풍세면의 양계단지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2개의 방역 및 이동통제 초소가 설치됐다.
천안에서는 2004년 1월을 시작으로 2007년 1월과 2010년 12월 AI가 발생, 32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현재는 397개 농가에서 닭과 오리 등 540만1426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