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최저임금 시위 주도 노동자 100여명 해고

정유진 기자

한국 업체는 관련 없어

캄보디아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 5명이 이달 초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데 이어 시위를 주도한 봉제공장 노동자 및 노조 간부 100여명이 최근 무더기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해고한 기업은 아디다스, 아르마니 등 유명 브랜드 납품업체여서, 글로벌 기업의 윤리적 책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놈펜포스트는 28일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12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00여명이 갑자기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월 80달러인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인상해달라는 시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였다. 해고자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 소속 노동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소포른 캄보디아노조연맹(CATU) 의장은 “이들은 파업에 참여했거나 다른 노동자에게 참여를 독려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면서 “일부 공장은 계약 종료라는 변명을 내세웠지만, 해고당한 사람들은 모두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연맹은 프놈펜 외곽의 맨해튼 섬유의류공장에서만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노조 대표 50여명이 해고됐으며, 노동자운동노조(CUMW) 등 다른 노조 대표까지 포함하면 해고된 노동자가 1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을 해고한 기업들은 아디다스, 캘빈클라인, 아르마니 등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노동법은 노동자가 노조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측이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벌금은 물론 최대 구금형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모은 톨라 지역법률교육센터장은 “이번 해고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파업권 등 3대 기본권을 보장한 노동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그럼에도 기업들이 무더기 해고를 단행한 것은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단체들은 최근의 무더기 해고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이날까지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국 기업을 포함해 현지 봉제공장 업체들로 구성된 캄보디아의류생산자협회(GMAC)는 파업을 주도한 8개 노조와 야당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3일 유혈사태 이후 캄보디아 정부는 모든 집회를 금지시켰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시위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1만여명의 노동자들이 프놈펜 프리덤공원 앞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27일에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독립방송 채널을 허가해달라는 평화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이 평화집회 참가자마저 파이프와 곤봉으로 무차별 구타해 수십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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