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4대강 공사를 추진한 명분 가운데 하나가 하천 생태계 복원이었다. 습지공원, 생태공원, 하천 저류지 등을 조성해 생물종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인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학계·언론계·환경단체 등의 정당한 우려를 되레 비난하기도 했다. MB정부의 수질 개선 장담이 ‘녹조라떼 현상’으로 무색해지고 대운하 포기 선언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생태계 복원 주장 또한 허구성이 입증되고 있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4대강 유역 습지 파괴 현황은 참담할 지경이다. 습지가 송두리째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었는가 하면 새로 만들어놓은 대체습지들은 대부분 제 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 분석·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습지가 41% 급감했다고 한다. 4대강 공사로 습지 파괴가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가 넘는 습지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공사 전에 확인됐던 맹꽁이·금개구리·흰수마자·미호종개 등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니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입은 생태적 손실은 경제적·사회적 피해와 달리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생태적 가치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다른 것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생태계 교란이나 파괴는 우리 삶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서 생태계의 보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습지 생태계는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애써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를 보호하기는커녕 되레 파괴한 4대강 공사를 생태계 살리기라고 한 것 자체가 한 편의 소극이다.
수질 문제, 공사 부실, 각종 비리 등에 이어 생태 재앙까지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검증 작업조차 지지부진한 것은 답답한 일이다. 금강·낙동강 어류의 집단 폐사라든가 최근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생태적 재앙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이 불참한 가운데 출범한 4대강조사평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치권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4대강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는 영역으로까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