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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입찰 담합 비리에 면죄부 줄 셈인가

입력 2014.02.06 20:43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와 전·현직 임원에 대한 1심 선고가 어제 내려졌다. 법정에 선 건설사 임원 22명 중 실질적으로 담합을 주도한 손문영 전 현대건설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해 법정구속하고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등 18명에게는 징역 8월~2년에 집행유예 1~3년을 선고했다. 기소된 11개 건설사에 대해서도 법정 최고액인 7500만원에서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사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는 게 재판부의 양형 취지지만 사상 최대 규모라는 초대형 담합비리의 재판 결과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형량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4대강 비리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을지, 그리고 향후 담합비리의 근절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판을 받은 11개 건설사와 임원 22명은 4대강 사업의 14개 보 공사에서 입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이들이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로 계약한 금액은 5조원이 넘고, 입찰 담합으로 인해 1조5000억원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게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단 1115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4~15개월의 입찰 제한 조치로, 사법부는 무더기 집행유예와 건설사별 최고 7500만원 벌금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게다가 과징금은 재판 결과에 따라 감면됐거나 될 예정이며 조달청 등의 입찰 제한 조치도 해당 건설사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모두 효력이 정지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구조와 상황에서는 건설사의 입찰 담합을 원천적으로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든가 집단소송제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재판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정부의 책임이다. 재판부는 “정부가 환경파괴 우려 등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시기별로 몇 개 공구씩 분할 발주하는 등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했음에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15개 전 공구를 동시에 발주해 건설사 간의 담합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잘못’이 건설사 임원의 형을 집행유예로 낮추는 데 영향을 주었으니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담합행위에 가담했지만 기소되지 않은 사람과 처벌의 형평성”도 양형에 감안됐다고 한다. 4대강 사업 그 자체에 못지않게 4대강 사업 뒤처리의 부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부실한 뒤처리는 현 정권의 과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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