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무자비한 생매장’ 반대
“닭의 비명소리 들어본 적 있으세요? 수백마리 닭들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면 아기 우는 듯한 소리가 나요. 깨진 달걀물을 뒤집어 쓰고 구덩이 속에서 그런 소리를 내는데… 정말 끔찍했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43·사진)는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가축 살육현장을 가장 많이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국의 가축전염병 창궐지 30여곳을 돌아다녔다. 정부에서 발병지 인근의 가축을 얼마나 생매장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6일 기자와 만난 박 대표는 “이제까지 내가 본 가금류와 돼지들의 살처분 방식은 99%가 생매장이었다”며 “현재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예방법에는 감염 동물을 가스나 전기로 죽여 매몰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모습은 참혹했다. 그는 “돼지들이 차례차례 구덩이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데 울음이 밀려와 참을 수 없었다”면서 “그 장면을 보고 돌아온 날은 눈을 감아도 떠올라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멀쩡한 동물까지 죽이는 모습은 그를 더 안타깝게 했다. 영국 등 유럽연합(EU)에서는 AI가 발생하면 해당 농가의 가금류만을 대상으로 살처분하고, 인근 지역의 가금류 등은 이동 제한·금지를 시켜 AI 확산을 막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방차원에서 3㎞까지의 가금류를 살처분한다.
“AI 발병 뒤 국내에서는 약 2500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는데, 실제 감염된 닭과 오리는 121마리였어요. 멀쩡한 닭과 오리 99.9%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처리된 거죠. 동물판 ‘홀로코스트’(대량학살)인 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생매장도, 예방적 살처분도 병의 확산 저지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어설픈 현장 통제는 우려스러웠다. 그는 “내가 현장에 방문했을 때는 모의훈련도 해 본 적 없는 인력들이 우왕좌왕할 때가 많았다. 어느 땐가는 승합차를 타고 현장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차바퀴만 슬쩍 소독하고 보내줬다. 차라리 소독을 제대로 하고 이동제한을 엄격히 하는 것이 바이러스 방지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비인도적 살처분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 측면에서도 더 나은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며 생매장을 하지만, 동물들이 버둥거리면서 나오는 타액·배설물·혈액 이런 것들이 바이러스를 오히려 확산시킬 것”이라며 “오히려 약간의 비용을 더해 가스사로 처리하면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고, 방역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엇보다 당부하고 싶은 건 생명을 다루는 태도다. 그는 인간의 무자비한 태도가 인간 스스로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 확산, 침출수 등 환경 위생적 문제로도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동물이라 하더라도 마지막은 인도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너무 물건 다루듯 하잖아요. AI 사태를 맞아 우리가 동물의 생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태도 역시 반성해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