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 생존자들 보상금 한푼 못 받은 채 사기만 당해

정유진 기자

무료치료·모금 해준다며 돈만 챙겨가는 범죄 기승

지난해 4월 1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당시 8층에서 작업 중이던 무크타 베굼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대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도 생존자들로부터 ‘벼룩의 간’을 빼먹기 위해 달려드는 온갖 사기꾼들의 손아귀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사고 당시 등에 입은 부상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베굼은 어느 날 집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다카 외곽에 있는 아술리아의 ‘하지 미잔 시장’으로 가면 부상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 전화였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의료센터에 의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진통제와 위장약 몇 알을 주더니 150다카(약 2100원)를 요구했다. 베굼은 “약값을 내고 나니 겨우 집에 돌아올 차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등 부상 때문에 평생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다카트리뷴은 라나플라자 사고 후 10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조차 받지 못한 생존자들이 이들을 돈벌이에 악용하려는 각종 사기행각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또 다른 생존자인 미스티 아크터에게도 며칠 전 한 노동단체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보상금을 받으려면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면서 각종 신원정보를 요구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그 대가로 150다카를 달라고 했다. 아크터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돈을 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라나플라자 4층에서 일한 네루 사르더 역시 최근 노동자 단체라는 곳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 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치인과 기자들 앞에서 당시 사고에 대해 증언을 해야 했다. 이 단체는 생존자를 앞세워 행사를 진행한 후 각종 모금을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사르더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생존자들이 이런 사기에 쉽게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위해 필요한 보상금은 7400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들에게만 방글라데시 정부가 소정의 장례비와 위로금을 전달했을 뿐, 유해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유족들과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은 지난 10개월 동안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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