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품었던 의문, ‘시간’을 풀어보다

서영찬 기자

▲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김영현 지음 | 사회평론 | 270쪽 | 1만5000원

한 살 적 ‘나’는 예순 살의 ‘나’와 같은 존재인가. 이 같은 물음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속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시간의 실체 규명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철학적 탐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전문 철학자도 아닌 소설가 김영현이 이 작업에 매달렸다. 책은 그 결과물로 가벼운 에세이나 아포리즘 차원을 넘어선다. 김영현은 깊은 사색과 탄탄한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간론을 정리했다.

30년 품었던 의문, ‘시간’을 풀어보다

성냥개비가 불타 재로 됐을 때 성냥과 재는 같은 존재인가. 김영현은 성냥개비 비유를 누차 언급하며 우리가 물질의 존재를 인식하는 근거는 시간이라 말한다. 알게 모르게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기 때문에 존재를 사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냥개비 비유는 책 속에 담긴 시간론의 일부분이다.

김영현은 아우구스티누스, 베르그송, 후설 등을 비롯해 인도 철학자 나가르주나, ‘반유 철학’을 전개한 이영호에 기대 다양한 시간론을 탐색한다. 그는 주장을 피력하거나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 시간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인식론과 존재론, 어렵디 어려운 철학적 테마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김영현은 과학과 철학에서 시간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설명하며 해박한 지식을 보여준다. 두 학문의 시간 개념 차이가 명쾌하게 설명된다. 과학은 시간을 측정 가능한 것 혹은 공간적인 개념으로 본다. 과학 분야에서 시간은 미적분되고 좌표 위에 한 점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자의 시간은 측정할 수도 표시할 수도 없다. 철학자에게 시간은 의식 내부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영현이 주목한 것은 철학자의 시간이다. 그는 시간을 정신세계로 가는 문으로 본다.

김영현은 왜 시간이라는 난제와 마주 섰을까.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이던 1970년대 후반 그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체포돼 수감됐다. 그는 어느 날 감방에서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벽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때 시간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텄다고 한다. 시간을 탐색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주 만물의 존재를 따져묻는 것이다. 초로의 작가가 탐색하고자 한 것도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존재의 문제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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