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감식 등 수사 가속도
경찰이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 현장 모습이 담긴 카메라 영상의 재생에 나섰다. 이 영상은 사고 당시 행사대행업체 직원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전반을 찍은 것이다. 감식결과에 따라 사고당시 안전관리 상태를 비롯해 초동대처 상황 등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경찰청은 19일 경주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체육관 건물 내부에 버려진 영상카메라를 확보했고, 화면 재생을 위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메라는 건물 지붕이 무너지면서 상당 부분 훼손됐고, 영상을 찍은 직원은 사고로 숨졌다.

뒤늦은 제설 19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본관 건물 위에서 이 회사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 연합뉴스
▲ 붕괴 위험 사전 인지 의혹… 경찰, 사실관계 확인 나서
부실 설계·시공 여부 검증, 인원 초과·안전 소홀 등
업무상 과실 여부도 조사
지금까지 사고 정황은 행사참가 학생과 행사대행업체 관계자들이 한 진술뿐이다. 경찰은 리조트에서 체육관의 내외부 모습을 비추는 폐쇄회로TV조차 없다고 밝혔다. 행사 참가학생이 찍어 경찰에 제출한 사진에는 사고 전 학생 수백명이 빼곡히 체육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체육관 지붕은 그 이후 무너졌고, 영상카메라는 붕괴 순간에도 계속 작동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대행업체 직원은 무대에 근접해서 행사장면을 찍었고, 붕괴사고가 무대 뒤쪽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영상카메라에는 사고 상황이 자세하게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영상 재생을 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조트 측이 사전에 체육관 보강공사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리조트 측이 일부 공사업자로부터 사고 6일 전인 지난 11일 체육관의 철골구조물 등 보강공사 대상과 견적서를 받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온 것이다. 리조트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리조트 박창권 팀장은 “그러한 주장에 대해 사내 여러 부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리조트 측이 실제로 건축물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 보강공사 견적을 받았는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이 폭설과 관련해 콘도 일반인 투숙객에게 예약취소 안내를 한 반면 대학생 손님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조트 측은 “일반인 투숙객들의 예약취소 안내는 폭설이 내려 직원들조차 출근하지 못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의 기상악화가 있었을 당시였고, 부산외대생들의 행사는 눈이 그치고 진입로가 확보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리조트와 청소용역 근로자 10명을 포함해 학생과 행사대행업체 관계자 등 30여명을 불러 사고상황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체육관 건물에 대한 인허가 자료 및 설계도와 시방서를 확보해 제대로 시공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체육관에는 학생 523명과 행사대행업체 직원 15명 등 538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수용인원 초과가 현행 법령에 저촉되는지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리조트 사고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처벌하고, 습설이 내린 지역(15개 시·군 62곳)을 점검해 사고재발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난대책본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학교에 관계없이 학생회 단독으로 시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