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가능성 없지만 감염경로 파악 위해 해부 고민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되고도 바이러스를 이겨낸 충남 천안 양계농장의 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역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천안 농장의 개에서 AI 항체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엿새째 살처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천안 농장의 개는 격리된 채 농가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농식품부는 17일 “방역 규정상 AI 바이러스 항원이 나온 동물은 살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천안 농장의 개는 바이러스가 나온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항체만 형성됐으며, 증상도 없는 무증상감염으로 살처분 여부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여러 가지 방안을 염두에 두고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개에서 처음 나온 사례여서 (해당 개체의 생사에 대해 결정하기 전에) 일단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개가 AI 바이러스에 노출됐던 만큼 철저한 방역을 위해 닭·오리처럼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이전에는 AI 살처분 농장에서 개가 죽은 닭을 물고다닌 경우가 많아 검사 없이 개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로 이후부터는 농장 내 개나 돼지는 혈액검사 후 바이러스 항원이 나와야만 살처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염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개에 대한 살처분을 반드시 진행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첫 사례인 만큼 AI 감염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서 해부해 정밀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하지 않는다면 AI 개는 농장에서 그대로 키우거나, 연구실에 산 채로 둘 수도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까지 AI 살처분이 진행된 농가 429곳 중 개나 돼지를 가금류와 함께 키우는 농장 26곳을 상대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이 중 16개 농가에 대한 검사가 끝났는데, 현재까지 항체가 발견된 곳은 천안 농장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