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못 보겠다

김광호 정치부 차장

많은 분들이 ‘뉴스를 못 보겠다’고 합니다. 부끄럽고 비겁한 어른들의 마지막 양심은 그렇게 작동하나 봅니다.

평온하던 수요일 아침은 그렇게 벽력처럼 날아든 세월호 침몰 소식에 악몽이 됐습니다. 사고 소식은 시시각각 전파를 탑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다시 해가 뜬 오늘도 어떤 간절함들이 담긴 뉴스들이 화면에 가득합니다. 그곳에 ‘기적’이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들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분들이 ‘뉴스를 못 보겠다’고 고통스러워들 하십니다.

[마감 후]뉴스를 못 보겠다

태양의 시절을 지나야 할 어린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 겪었을 고통이, 그 고통에 대한 죄책감이 바늘처럼 심장을 찌르기 때문입니다. 참 견디기 힘듭니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뉴스를 지켜봐야 하지만,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뉴스 아래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지옥입니다. 저 또한 딸과 아들을 둔 아비인 때문입니다. 눈시울에 물기가 차 부옇게 흐려질 때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봅니다. 맥없는 걸음을 옮기며 애꿎은 담배만 허공으로 태워 봅니다.

“밤새 뜬눈으로 보냈다”는 대통령처럼 대부분 어른들은 지난밤을 간절함 속에서 보냈습니다. 차례가 닥쳐서 당초 써놨던 글도 모두 지웠습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넘어버린 충격이었기에 다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얀 종이를 마주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먹먹하기만 합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아픕니다.’ 그 외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도우며 서로 힘을 모아 구조할 때 배를 책임 진 선장은 맨 먼저 탈출했다고 합니다. 돈 좀 더 벌어볼 욕심에 배를 개조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상 항로 대신 지름길로 가려다 난 사고라고도 합니다. 정부는 유능한 대처는커녕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과거 매번 이런 큰일이 있을 때처럼 이번에도 또 ‘인재(人災)’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게 여러 차례 곱씹고 반성하고도 바뀌지 않는 거라면 그건 구조의 문제입니다. 병든 사회, 병든 어른들의 문제입니다.

병든 어른들이 부정하게 돈을 탐할 때 ‘그건 그들의 일’이라고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그렇게 병든 사회가 위태하게 줄을 탈 때 ‘별일이야 있겠어’라며 저 또한 물들어 있지 않았는지 자책도 해봅니다. 정부가 이토록 무능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폈는지 스스로를 나무래도 봅니다. ‘내 새끼’ ‘내 가족’만 눈에 담고 ‘그래 세상은 그런 거야’라며 변명하고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일상의 편안함을 위해 조금씩 타협했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슬픔을 키워온 것은 아닌지 자책도 해봅니다.

그래서 애타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잊고 외면했던 것들이 이처럼 큰 충격에 부딪혀 심장을 울릴 때에야 그렇게 고개를 숙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그곳의 어머니들은 마음속에 촛불 하나를 켜고, 정화수 한 그릇을 뜰 겁니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키)고 합니다. 지금 어머님들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숯덩이 자체일 터입니다. 슬픔이 디딜 틈조차 없을 겁니다. 그저 간절한 바람만이 촛불과 정화수에 가득합니다.

어머니들을 따라 우리들도 가슴에 하나씩 촛불을 켜겠습니다. 종교·세대·지역·생각의 차이를 모두 넘어 촛불을 켜겠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다시는 ‘미안합니다’를 되뇌지 않을 다짐을 켜보려 합니다. 그곳에 기적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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