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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국립중앙박물관 ‘오르세미술관전’ 8월 말까지 개최

다양한 화풍 회화 170점 전시 19세기 파리 도시문화 조명도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은 첫 해외 나들이로 눈길 끌어

오르세전만 이번이 4번째… “왜 굳이 중앙박물관서” 눈총

인상주의 미술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소장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3일 개막돼 8월 말까지 계속되는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전-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이다. 유명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오르세미술관전만 4번째여서 굳이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공예, 드로잉, 사진 등 총 170여점이 나왔다. 인상주의 이후의 예술사적 변화와 함께 19세기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의 도시문화를 집중 조명한다는 취지다.

전시의 중심은 인상주의 후기 작품들로 시작해 신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현대미술로의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화파들의 회화들이다. 또 근대화를 상징하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그때 세워진 에펠탑의 건축 드로잉과 사진, 당시 파리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는 초상화와 공예품 등으로 구성됐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1886년), 캔버스 유채, 131×88㎝. | 오르세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1886년), 캔버스 유채, 131×88㎝. | 오르세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관람객의 눈길은 아무래도 유명 화가와 그들의 유명 작품에 쏠린다. 우선 원근법 등 규범적 그림에 반발해 빛의 풍부한 변화와 그에 따른 색채·색조를 강조한 인상파 작품들로 클로드 모네의 ‘야외에서 그린 인물-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양산을 쓴 여인’(1886년)을 비롯해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의 회화와 청동 조각 등이 있다.

인상파는 1866년 마지막 전시회를 연 이후 작가나 주제, 표현에 따라 다양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광학이론 같은 과학적 색채론을 도입한 신인상파의 조르주 쇠라·폴 시냐크의 작품, 도시를 떠나 야생적·원시적 삶을 추구하면서 퐁타방 지역에 모여든 작가들인 폴 고갱과 퐁타방파의 단순화된 형태와 강렬한 색면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시인 외젠 보흐’(1888), 폴 세잔의 대표작 ‘생트 빅투아르산’(1890년경)도 나왔다.

한편 인상파에서 상징주의로의 변모도 눈에 띈다. 시인 장 모레아스가 1886년 ‘상징주의 선언’을 발표한 이후 물질적·사실적 표현이 아니라 신화나 환영, 작가의 꿈·생각 등 내면을 강조한 상징주의가 미술계를 풍미했다. 전시장엔 상징주의 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선지자’라는 의미의 ‘나비파’로 부른 한 에두아르 뷔야르를 비롯해 퓌비 드 샤반, 오딜롱 르동, 모리스 드니, 피에르 보나르 등의 작품이 내걸렸다. 20세기 전위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1907)은 첫 해외 나들이다.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1907년), 캔버스 유채, 167×189.5㎝. | 오르세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1907년), 캔버스 유채, 167×189.5㎝. | 오르세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19~20세기 초 프랑스 문화예술의 흐름을 살펴본다는 의미가 있지만 “왜 굳이 중앙박물관에서 또 오르세미술관 소장품전을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르세미술관전은 2000년, 2007년, 2011년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예술의전당 등 주요 전시장에서 이미 3차례나 열렸기 때문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오르세미술관전은 밀레의 ‘만종’,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등 유명 소장품을 내세워 열릴 때마다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이번에도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00년 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르세미술관전의 주제도 ‘인상파와 근대미술’이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란 핵심 문화예술기관이 민간기획사를 끼고 중복된 주제의 오르세미술관전을 또 여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한 미대 교수는 기획 내용을 지적했다. “최근 문화예술의 주요 흐름은 근대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인데 이번 전시는 그저 근대를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태의연하다”며 “중앙박물관이라면 관람객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더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시대적 의미를 부여받는 자체 기획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국립박물관 고위 관계자 역시 “지난해 ‘미국 미술 300년’전처럼 국가 간 교류전시회도 아닌데, 굳이 중앙박물관이 국립현대미술관이 할 수 있는 전시를 하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김영나 관장이 서양미술 전공자여서 후기인상파 회화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등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박물관이 말하는 파리의 근대 도시문화 조명이란 취지는 전시품 내용이나 수준, 전시 형식 등으로 볼 때 그저 들러리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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