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정치적 선동 악용”… 발언 자제서 ‘적극 차단’ 선회
새누리당 지도부가 12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잇따르는 추모집회를 ‘정치 선동’으로 몰아붙이며 차단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후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며 숨죽이고 있던 분위기에서 확 달라진 것이다. 여권의 ‘촛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은연중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엄중한 시기임에도 이 틈에 정치적 선동과 악용을 꾀하는 정치적 세력이 있는 만큼 우리는 더욱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완구 신임 원내대표도 “국회가 이제 국민을 선동하거나 정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국가 대개조’라는 명제 속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비판 여론의 확산을 ‘선동’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추모집회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추모와 반정부 투쟁은 구분돼야 한다”며 “반정부 투쟁에 상습 등장하는 단체들이 원탁회의니 연석회의니 하면서 등장하고 이적단체로 판결받은 단체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 광우병 촛불집회로 국정 동력을 상실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당시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분노와 고통을 부채질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홍문종 사무총장), “정치적 규탄으로 이 문제를 끌고가서는 절대 안된다”(정우택 최고위원)는 등 마치 입을 맞춘 듯 같은 얘기가 일제히 쏟아졌다.
여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지난 9일 청와대 앞을 찾아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언급하며 “순수 유가족”이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추모집회를 바라보는 여권의 인식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유족에 순수 유족이 있고, 불순 유족이 있다는 말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와 국민의 참담한 분노를 정치 선동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정치 선동”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