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 “세월호 집회 정치적 이용” 주장 논란
대통령·여당, 규제완화·낙하산·기업유착 등 책임
정권 옹호 위해 시민들 불만 표출을 ‘정치적’ 규정
“시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무능력하게 대처한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정치적’이라는 말로 제동 걸 일이 아닙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12일 “시민들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말하고,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당연하고, 정치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정치적인 담론을 결정하는 국가, 정부 관료, 정치세력 등은 시민들과 괴리된 채 ‘정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고나 정치활동까지 억압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정부, 대통령 등의 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당, 정부 고위 관료, 보수단체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제인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정치체계는 대통령제”라며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의 안녕이나 행복 등에 대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은 올바른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바른 민주정치를 행하는 시민들에게 ‘정치적’이라는 표현을 써 경계하라는 주장은 대통령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는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려는 단순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료 등의 이 같은 반응이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 관과 대기업의 유착, 회전문·낙하산 인사 등인데도 ‘국민이 미개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 ‘정부와 여당만 공격한다’ 등의 말로 국민들에게 오히려 잘못을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이 사태의 책임을 가장 크게 져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 팀장은 “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말로 책임을 져야 할 여당과 정부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용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부 대응의 무능함 등이 드러난 이번 사고에서 오히려 ‘정치적’이라며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정부와 여당은 변명하고 잘못을 떠넘길 생각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권에서는 무조건 선동이라고 지적하지 말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따져서 바꿔나가야 좀 더 성숙한 정치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