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인터뷰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41·한국학)는 “가장 안전한 사회는 가장 민주적인 사회”라며 “민주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안전이 소홀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 머물고 있는 박 교수는 13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내실을 갖췄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는)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정부와 기업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교수는 “규제를 풀어 낡은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했고 감독은 해운업계에 맡겼다”면서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기업을 위한 국가 같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보다 안전한 미래는 민주주의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의 통치는 국민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다스리는 것이었으며, 아직도 고급 관료와 자본가들에게는 동등한 민주시민이라는 인식이 없다”면서 “노동자를 민주시민으로 동등하게 대해야 생명을 경시하지 않게 된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인명 중시”라고 강조했다. 안전 사회를 위해서라도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출신인 박 교수는 2001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 민주주의 기본은 인명 중시
기업에서 노동자·서민으로 ‘국가 구조’를 개조해야
-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난 이후 어떤 마음인가.
“며칠 동안 잠을 못 잤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충격이 크다. 이단으로 분류된 종교까지 연결돼 있지 않나.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할 수 있나.”
- 이번 사고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정부와 기업에 의한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 한국의 안전 수준은 어떤가.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고층에서 창문을 통해 사다리로 짐을 나를 때,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넘어지면 그대로 죽는 상황이다. 청소하는 사람이 크레인을 타고 5층 창문을 닦는데 그 역시 안전장비가 없는 모습을 봤다. 노르웨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산업화된 나라 중에서 한국의 안전 수준이 최악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가장 안전한 사회는 가장 민주적인 사회다. 노르웨이에서 공사장 인부도 민주시민인 이상 그들의 생명을 경시하면 안된다. 안전 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회의 민주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안전이 소홀해지는 것이다. 태풍 불면 죽는 사람이 인부라면, 동등한 민주시민으로 대해지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인명 중시다.”
- 한국에서는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내실을 갖췄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같은 경우는 국정원이 댓글로 대국민 심리전을 펼쳐서 그 기세로 등극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도 제대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았다.”
- 경제체제 면에서는 어떤가.
“한국의 자본주의는 극도로 양극화돼 있는 구조다. 재벌체제 아래 하청과의 갑을관계를 통해 과다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 착취 구조에서는 안전을 챙길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만큼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도 없다. 비정규직을 1회용 제품처럼 쓰다 보니 그들이 죽어도 기업들은 손해보는 게 없다고 여긴다. 안전과 도덕은 뒷전으로 밀린다.”
- 정부에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말한 ‘국가 개조’는 1980년대 일본의 국토 개조를 따온 것 같다. 무슨 말이든 하기는 쉽지만 실천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력의 완전한 부재와 유족에 대한 모독적 태도를 보여줬다. 대통령이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니 유족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라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심층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기업에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국가로 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살기 힘든 상황 속에서 살고 있으며 서민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구조다. 확실하게 각오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하면 (안전한 나라로) 바꿀 수 있다. 형식적인 민주화 쟁취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실질적인 민주화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