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세월호 그 이후, 우리는?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세월호 그 이후, 우리는?

입력 2014.05.25 20:51

참으로 힘든 시간입니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그 아득한 날로부터 오늘까지 지난 40일만큼 고통과 슬픔과 비탄이 한꺼번에 몰아친 적은 없습니다. 밤잠을 설쳐야 했고, 밥 한술, 물 한 모금 삼키기도 힘들었습니다. 괜스레 자고 있는 자식의 얼굴을 쓰다듬고, 학교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읊조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6명은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부모들의 가슴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어찌 몇 마디 말과 이 가당찮은 글이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이 글마저 죄스럽습니다.

[아침을 열며]세월호 그 이후, 우리는?

무심한 시간은 또 지나가고 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잊지 않을게’라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분향소도 한적해졌고, 거리를 메웠던 추모 플래카드도 6·4 지방선거 현수막으로 교체됐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속삭이는 말과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친한 이들과의 술자리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잊혀지는 게 두렵다고 했지만 어머니를 차가운 땅속에 묻으면서도 새참으로 먹었던 고깃국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어느 시인의 슬픈 고백처럼,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그 아찔한 말을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40일간 참 많은 것을 봐 버렸습니다. 국정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 그리고 가문의 영광이라는 장관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들의 수준을 확인했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세칭 지성인이라는 언론인, 대학교수와 낮은 데로 임한다는 종교인들의 막말과 추태도 적나라하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그들만의 탓일까요. 불교에서는 연기론을 말합니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다는 것이지요.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우리들은 과연 세월호 참사의 죄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 수준에 딱 맞는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맡겼고, 그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인간을 향했던 모든 가치관을 내팽개쳤습니다. ‘잘살아보자’는 물질지향적 삶에 모든 것을 내맡겼습니다. 그 ‘인과’로 인한 ‘응보’를 지금 한 치도 어김없이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날 이후 우리는 달라졌을까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삶의 방향이, 가치관이 달라졌나요. 아니 달라지고 있습니까. 혹시 지금도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대통령이 사과하고, 총리가 바뀌고, 해경이 없어진다고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요. 단언컨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들이 냄비근성과 망각에 빠져있고,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에 허덕대고 있다면 세상은 더 견고하게 버틸 것입니다. 벌써 지방선거 여권 후보들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색깔론을 들먹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버스 44>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11분짜리 중국 단편영화입니다. 시골버스에 탄 강도가 여성운전사를 성폭행하지만 승객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결국 여성운전사는 자신을 도왔던 한 남성만 내리게 한 후, 버스를 낭떠러지로 몰아 승객들을 몰살시킵니다. 섬뜩한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담배를 끊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해방 이후 70년 켜켜이 쌓인 무관심, 침묵, 외면의 관성을 떨쳐내려면 자신은 물론 자꾸 외면하라는 주변의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더구나 이 땅의 주도세력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사시·행시 출신에, 내로라하는 학벌을 가진 엘리트들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불통·무시·외면으로 ‘기묘한 독재’를 하고 있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대분심과 대결정심을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씨앗은 그냥 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반드시 쟁기질이 필요합니다. 쟁기질은 ‘갈아엎음’입니다. 굳은 땅을 갈아엎지 않고는 씨앗을 뿌릴 수 없습니다.

보조 지눌 스님은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냥 땅만 짚고 일어서서는 안됩니다. 흙 한줌, 짱돌 하나라도 움켜쥐고 일어서야 합니다. 그래서 또다시 이 땅의 권력이, 탐욕스러운 자본이, 부패한 관료들이 헛짓거리를 할 때, 힘차게 그들을 향해 던져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어처구니없이 보내버린 그 아이들에 대해 최소한이나마 속죄가 되지 않을까요. 열흘 후면 6·4 지방선거 날입니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