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세월호 추모집회에 정치적 색안경 낀 정부 씁쓸”

박은하 기자

‘세월호를 말한다’ 학생 집담회

학생들에게 학교와 사회는 또 하나의 ‘세월호’였다. 슬픔을 드러내고 싶어도, 의문이 있어도 끊임없이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받았다. ‘튀는 행동’에는 편견에 찬 시선이나 공권력의 제재가 가해졌다. 이들은 세월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불온시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고등학생·대학생·탈학교 청소년 활동가 등 5명이 지난 25일 경향신문에서 연 ‘세월호를 말한다’라는 주제의 집담회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세월호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흘러나온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은 한국사회에서 불의와 부조리에 맞닥뜨렸을 때 택해야 하는 삶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훈민씨(19)는 “과적 등의 부조리한 관행에 눈을 감다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며 “우리 사회는 문제를 제기하면 체벌을 가하거나 ‘왜 나대느냐’고 낙인찍는 등 학교에서부터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숨진 또래들을 떠올리고 슬퍼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우숭민군(18·안산 경안고3)은 “추모집회를 연다고 했을 때 ‘고3인데 공부해야지’ ‘정치적 세력에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주변의 말을 많이 들었다”며 “추모조차 ‘정치적으로 순수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할 수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최고은양(16·서울 세화여고1)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행위도 정치적이라며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성년의날을 보낸 고준우씨(19·고려대 사회학과1)는 “우리 사회는 학생들을 너무 쉽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호명하며 ‘보호대상’이라는 틀에 가두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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