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하는 일이 모두 옳지는 않을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모두 훌륭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대단하다. 17개 시·도 교육감 중 8곳을 전교조 출신이 차지했다고 한다. 2012년 10월 기준 회원수가 5만4808명으로 전체 교원의 11.9%에 불과한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의 절반 가까이를 맡게 된 것이다. 여기에 힘입어 전국 교육감 가운데 13곳을 진보 진영이 가져갔다. 한 보수 신문은 6·4 지방선거 결과를 알리면서 1면 톱 제목을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이라고 달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보수 신문을 다시 뒤져봤다. 회원수가 전교조의 3~4배에 이른다는 한국교총의 안양옥 회장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선거에 나오는 보수 후보들은 대부분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심하게 말하면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고 자신밖에 볼 줄 모른다.” “진보진영은 조직 간의 정서적 연대감이 있다. 큰 목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양보하고 희생할 줄도 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동감한다.
고등학교 때다. 한 친구가 며칠 만에 학교에 등교한 날인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친구가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서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뒤로도 선생님이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제자들 도와줄 수 있게….”고 얘기하는 것을 몇 번 더 봤다. 그 선생님이 좋아하는 말은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였다. 그래서 “인간을 수단 취급하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 역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공부 못하는 제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했다.
그 선생님은 몇 해 뒤 전교조가 만들어질 때 참여했다. 그리고 해임됐다. 한동안 매우 어렵게 생활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내가 아는 전교조 교사의 모습은 안양옥 회장이 말한 보수 후보의 정반대다. 대접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남들에게 베풀려 고 한다. 희생할 줄도 안다. 물론 모든 전교조 교사가 그렇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안양옥 회장은 말했다. “올 것이 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대거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전교조 출신이 대거 교육감이 된 것 때문에 나라에 난리라도 날 것처럼 얘기한다. 왜 그러지? 몇 가지 글을 읽어봤다. “전교조는 나쁘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는 한데 왜 나쁘다고 하는지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짐작 가는 바는 있다. 전교조가 출범할 때 내세운 대표적인 운동이 ‘촌지 안 받기’다. 안양옥 회장의 말처럼 “대부분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온” 후보들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들 것 같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전망한다. 역사교과서를 놓고 정부와 충돌할 것이라고.
새 총리로 지명된 분의 역사관은 이렇다고 한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있었던 거야.” “하나님께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항의할 수 있겠지,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 가지고 경제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어디서 듣던 얘기와 비슷하다. 한국사를 전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어떤 학회에서 만들고, 정부가 채택을 지원했으나 외면당한 한국사교과서의 내용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역사교과서를 놓고 충돌하는 건 잘하는 일 아닌가.
전교조가 잘못한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교조 교육감을 택했다. 이제는 정부가 스스로의 잘못을 들여다볼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