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006년 16억5000만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습니다. 이 가치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주식 투자자나 사이트 개발자, CEO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텔레코뮤니스트 선언>(갈무리)의 저자 드미트리 클라이너는 유튜브에 비디오를 올리는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단, 이들은 인수 과정에서 주식 한 주 못 받았을 뿐입니다.
저자는 <공산당 선언>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그랬듯, 인터넷 시대 자본과 노동의 문제를 신랄히 비판합니다. 이른바 웹 2.0은 “공동체가 창출한 가치를 사적으로 포획하는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라는 겁니다. 한국 거대 포털 사이트도 자본 투자자가 사이트 이용자들이 생산한 가치를 포획하는 구조입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자들은 구글의 노동자, 네이버의 노동자입니다. 무임금의 착취 대상인 셈이지요. 자유롭게 사용하고 공짜로 이용한다는 착각, 착시 때문에 인터넷 같은 비물질적인 토대 위의 노동-착취의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인터넷에도 16세기 지주들이 공유지에 담을 쌓아 영세농을 몰아낸 ‘인클로저’와 같은 ‘정보-인클로저’가 벌어집니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으로 여기는 월드와이드웹(www)도 정보-인클로저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www를 통해 공유지가 상품으로 바뀐 것이지요. 인터넷 시대에 카피라이트는 중요한 상품화 장치입니다. 저자는 지금 카피라이트가 창작자의 땀과 노력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을 보호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대안으로 ‘카피레프트’(copyleft)에서 한발 더 나아간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를 제안합니다. 카피레프트는 카피라이트를 인정하면서 모든 사람이 소프트웨어나 기타 저작물을 사용·복제·배포·수정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이 쓴 소설을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로 공개하면, 대형 출판사가 그것을 출간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복제·재배포를 비상업적 경우에 한해 허용합니만, 카피레프트의 ‘자유’ 자체는 상업적 사용이나 소유에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카피파레프트는 공유지 바깥에서 자산을 보유한 조직에는 공유지 접근을 거부하는 ‘자유 라이선스’ 형식입니다. 즉 노동자 소유의 인쇄 협동조합은 카피파레프트 라이선스에 따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복제·배포·수정할 수 있지만, 사적 소유의 출판사에는 접근을 막는 것입니다. 저자는 노동자의 자기조직화 생산 모델로 ‘벤처 코뮤니즘’도 제시합니다.
한국은 애초부터 소수 거대 기업, 산업체가 웹을 지배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3년간 교수로도 일한 예술가이자 ‘텔레코뮤니스트’ 멤버인 바루흐 고틀립은 “경제적으로 보면 대체로 소수의 집단들이 나누어 가진 영지와 같다”고 말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봉건제 전통 관념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코뮤니즘이나 아나키즘이 학술 외 영역에서는 금기시되는 보수적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소유 기업은커녕, 갈수록 노조·노동 탄압이 강화되는 한국에서 ‘카피파레프트’와 ‘벤처 코뮤니즘’을 축으로 하는 책의 문제 의식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