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6일째 민간시설 폭격… 장애인 등 하루 56명 희생
이 해군 특수부대 북부 진입… 주변국까지 확전 우려도
지난 12일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다. 이날 하루에만 팔레스타인인 5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2년 가자 공습 이후 최대 규모다. 희생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거나 저녁 기도를 올리고 모스크에서 나오던 민간인들이다. 유대인 청소년 3명의 납치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공습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1200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휴전 권고를 무시하고 13일 첫 지상작전에 돌입했다.

“공습 중단 안 하면 이스라엘 제품 불매” 캐나다의 반전평화 시위대가 12일 수도 오타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이스라엘 상품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귀가 쓰여 있다. 최근 전 세계 30곳 이상의 대도시에서 다발적으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열렸다. 오타와 | AP연합뉴스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이날 새벽 하마스의 로켓발사장 시설 공격을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일시적이긴 하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조직원 3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군 4명이 다쳤다. AP통신은 “이번 교전이 당장 광범위한 지상작전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티 알모즈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향후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북부에 대규모 공격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민간인들에게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북부에는 모두 27만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다. ABC방송은 지상군 투입이 일시에 그쳤지만 소개령을 발동하기 전부터 이스라엘군 수만명이 로켓 발사 지점 인근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2일 레바논이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로켓을 쏘자 이스라엘이 대응 발사에 나서는 등 전선이 주변 중동 국가로 확대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가자지구의 국경선이 모두 차단된 상태여서 피란조차 갈 수 없는 처지다. 12일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장애인 보호시설이 폭격을 당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심한 화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모두 정신·신체적으로 심한 장애가 있는 여성들이었다. 또 이날 저녁에는 가자시티 동부 투파에 있는 모스크가 공격을 당해 최소 18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60여명, 부상자는 1100여명에 달한다. 유엔은 이 중 77%가량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이 부서진 팔레스타인 여성 움 오마르는 “내가 테러리스트인가. 내가 무슨 로켓이라도 만들었단 말인가”라며 절규했다. 폭격으로 크게 다친 4세 소녀 샤이마 알마스리의 고모는 “이스라엘 여성들은 아이를 데리고 피신할 대피소라도 있지만, 우리는 숨을 곳이 없다”며 “아이들은 내 품으로 숨지만 내 머리 위에서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데,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공습 때문에 집 밖에 나가기 어려운 팔레스타인인들은 기본적인 식량은 물론 식수조차 없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민간인 살상을 금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모두 공습과 교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제규약에 따르면 전시 상태의 공습은 군사시설에만 허용된다. 하마스 조직원이 숨어 있다 하더라도 민간인 집은 물론 모스크, 커피숍 등에 대한 폭격은 모두 국제법 위반이다. 알자지라는 “빨리 대피할 수 없는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민간시설로 확대되자, 가자지구의 알와파 병원에서는 미국과 벨기에, 영국의 평화 활동가 8명이 ‘인간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재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는 하마스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하마스는 가자지구 지하터널을 폭파한 이집트와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타당과의 통합정부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