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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작업 중 지지대가 자재 무게 못 견뎌 추락… 안전망 없었다

입력 2014.07.20 21:34

수정 2014.07.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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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건설업 사망, 전체 산재 사망자의 47.3%로 많아져

하도급 구조와 무리한 공기 단축 탓 사고 끊이지 않아

“사망자 많은데 공사 많이 따… 안전 투자는 손해 인식”

건설노동자 김종영씨(55·가명)는 가로 70㎝×세로 40㎝ 녹슨 쇠고리가 달린 나무판자에 의지해 일했다. 지난 3월 서울 압구정동 상가건물 건설현장에서 고공 작업을 할 때였다. 25명이 일하는 비교적 큰 현장이었지만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망이나 안전울타리는 없었다. 쇠고리로 지지대에 걸쳐 놓은 이 판자만이 김씨의 몸을 지탱했다. 판자는 공사 엿새째인 3월10일 김씨와 자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4m 아래로 추락한 김씨는 양쪽 발목에 골절상을 입어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산업재해가 만연한 건설현장은 ‘또 하나의 세월호’다. 건설현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 안의 세월호 - 안전 불감 건설현장]고공작업 중 지지대가 자재 무게 못 견뎌 추락… 안전망 없었다

17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건설노동자 수는 2013년 12월 말 256만6832명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2만3600명이 업무상 질병·재해로 다쳤고 567명이 숨졌다. 지난 4월에는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죽었다.

지난 4년간 전체 재해자 수는 꾸준하게 줄어들었는데 건설업 부문만 증가했다. 지난해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는 전체 산재 사망자 수의 47.3%에 이른다. 현장에서는 실제 산재를 당한 사람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안의 세월호 - 안전 불감 건설현장]고공작업 중 지지대가 자재 무게 못 견뎌 추락… 안전망 없었다

건설노동자 조모씨(57)는 “공사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이 죽지 않으면 119 대신 미리 계약된 병원에 전화해 최대한 사고를 은폐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당만 받고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하도급 구조’와 무리한 ‘공기단축’ 때문이다.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은 “경기불황으로 저가수주, 최저낙찰 관행이 심해지고 안전관리 투자도 미흡하기 때문에 산재사고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도급 구조에서 ‘최저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하청업체는 안전 투자를 고스란히 비용으로 취급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는 건설현장에 안전망·안전울타리 등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대부분 무시한다. 짧은 기한 내 공사를 끝내려면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노동을 강요해야 한다.

[우리 안의 세월호 - 안전 불감 건설현장]고공작업 중 지지대가 자재 무게 못 견뎌 추락… 안전망 없었다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사고로 이어진다. 경기 한 소도시 주택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박종운씨(53·가명)는 지난 2월 ‘빠루’라 부르는 10㎏짜리 쇠파이프를 들고 거푸집 해체작업을 하다 넘어져 꼬리뼈가 부러졌다. 9m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박씨는 “기계를 이용해 서서히 해체작업을 하면 무리하게 힘쓰다 다칠 염려가 적지만 현장에서는 무조건 빨리 해야 하다 보니 무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발주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부산 북항대교와 남항대교를 잇는 공사 현장에서 상부 구조물이 붕괴돼 건설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부산시가 발주처인 이 공사에서 지지대가 불안하다는 현장 노동자의 건의는 묵살됐다. 지난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늦은 밤까지 공사를 강행하다 벌어진 참사다.

지난해 사망자를 낸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 노량진 수몰사고 등도 공공기관 발주 사업이었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 노동자들을 많이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들이 오히려 공사 수주를 더 많이 받고 있다”며 “안전 투자는 기업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은 “지역에서 노사합의로 노동시간 단축, 지역일자리 우선 채용 등 노동조건을 개선했지만 근본 문제인 ‘하도급’ 구조는 지역 노조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나서 건설현장에 적정공기·적정인원·적정단가·적정노동시간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22일 하도급 폐지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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