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성능, 주행 안정 등 합격점…순간 가속·연비는 불만족
“2011년에 나온 SM7은 진정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 당시엔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판매대수 위주로 판매정책을 세웠다. (중략)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해 디자인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정설로 되어 버렸다.”(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르노삼성차는 최근 3~4년간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려왔다. 경쟁업체들이 속속 신차를 내놓을 때도 르노삼성차는 침묵했다. 급기야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여기에는 르노삼성차의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SM7의 부진도 한몫했다. ‘밋밋한’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없는 점 등으로 ‘사골엔진’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SM7 노바 2.5 RE(최고급형) 모델. 부산 동래베네스트CC를 출발해 울산 간절곶까지 주행하는 47.5km 구간과 반대로 부산 해운대까지 오는 36km 구간을 시승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는 최근 반전에 성공한 분위기다. 준중형 SM3 네오와 QM5 네오, QM3 등 잇따른 자사 모델의 선전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흐름이다.
르노삼성차는 이 기세에 ‘화룡점정’을 찍을 주인공으로 새로워진 SM7(노바)을 택했다. 자사 최상위 모델이 살아나야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로 와이파이를 사용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적용하고 마그네슘 판재를 씌워 경량화에도 주력했다. 디자인은 르노삼성차 만의 진정한 패밀리룩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SM7 노바는 르노삼성차의 기대에 부흥할 것인가. 2011년 출시한 2세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SM7 노바를 시승했다.
업계 최초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 적용
시승차는 SM7 노바 2.5 RE(최고급형) 모델이다. 부산 해운대와 울산 간절곶 등 국도와 시내, 고속도로 등 85㎞ 구간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외관은 ‘네오’부터 이어져오던 르노삼성차의 패밀리룩이 완성된 느낌이다. 두 개의 캐릭터 라인이 선명한 보닛은 강렬하면서 볼륨감이 넘쳐났다. LED 주간주행등과 휠은 새롭게 바뀌었다. ‘뒷꽁무니’는 재규어의 후면을 연상시켰다.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는 의미다.
실내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블랙톤으로 안정감을 줬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중간에 위치한 센터페시아는 직관성이 좋은 편이다. 실내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뒷좌석은 시트의 위치 조작이 가능해 여러 면에서 실용적이다.
운전석에 앉은 후 몇 분 안돼 차량 안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목적지를 설정해달라’는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습관적으로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봤으나 맵을 찾을 수 없었다.
SM7 노바에는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와이파이 통신을 이용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이 장착됐다. 블루투스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차량의 모니터를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거울처럼 똑같다고 해서 미러링(mirroring)이다. 예를 들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스마트폰의 ‘T-맵’을 차량의 대형 화면에 구현할 수 있다. 또한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운전자가 보다 쉽게 여러 기능들은 조작할 수 있다.
반대로 일반화된 맵은 모니터를 통해 구현이 안 된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은 후 차량에 해당 스마트폰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몇 번의 실패를 반복했다. 결국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에 앱(T맵)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번호를 등록하는 과정 등을 마치자 ‘T맵’이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서비스됐다.
SM7 노바의 주 고객층은 ‘40대 후반에서 50대’다. ‘과연 이 연령대에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 비슷한 연령대의 SM7 노바 오너라면 영업사원이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로선 안드로이드가 아닌 iOS 운영체제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일부 시승 차량에서는 주행 중 서비스가 끊기는 현상도 있었다고 한다.
주행 안정감 만족, ℓ당 6.5㎞ 연비 기대 이하
주행 성능은 만족도가 높았다. 저속과 중고속 구간에서의 실내 조용함은 탁월한 편이다. 노면소음과 풍절음 또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신호대기 후 출발과 시속 150㎞ 안팎의 고속에서의 치고 나가는 순간 가속력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저속에서의 부드러운 핸들링과 고속에서의 코너링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단단해진 서스펜션 덕분에 요철에서의 둔탁함은 없진 않으나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기대 이상이다.
SM7 노바의 파워 트레인은 예전 그대로다. 닛산의 6기통 VQ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시승차인 2.5ℓ 모델은 최고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24.8㎏·m의 성능을 낸다. 복합연비는 ℓ당 10.2㎞다. 고속도로 구간에 진입하면서 스포트 모드로 세팅하고 가속패달을 힘껏 밟았다. 계기판의 RPM(분당 엔진회전수)이 4000~5000까지 요동쳤다. 노멀 모드의 ‘밋밋한’ 순간 가속력에 불만을 느꼈다면 스포트 모드에서 다소 만회될 듯 싶다.
시승을 마친 후 확인된 연비는 ℓ당 6.5㎞였다. 삼삼오오 모인 기자들의 연비 결과에서도 높게는 ℓ당 7~8㎞, 낮게는 5㎞ 이하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2.5ℓ 모델이 3040만~3490만원, 3.5ℓ 모델이 3520만~3870만원이다.
SM7 노바는 한마디로 ‘무난한 차’에 가깝다. 성능과 디자인에서 경쟁모델에 비해 확연히 뛰어나거나 우위에 서 있는 모델이라고 볼 수 없다. 르노삼성차도 이러한 점에서 고민이 없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시승회에 앞서 전날 열린 출시행사에서 ‘SM7 노바를 자평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만을 위한 차”라고 답했다. 대형차를 찾기 힘든 르노삼성차의 라인업에서 한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이례적으로 맞춤형 준대형차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최초 적용된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 역시 IT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현대차의 그랜저에 대해서는 “미국을 위해 개발한 차”라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새로워진 SM7 노바가 ‘새롭게 떠오르는 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르노삼성차의 부흥을 가져다 줄 ‘스타’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시승차인 2.5 RE(최고급형) 모델에는 보스 사운드, 앞좌석 통풍 시트, 바이 제녹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 편의장치들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