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는 인간 생존의 자본… 독일 탈핵도 시민이 이뤄”읽음

평창 | 김기범 기자

독일 환경단체 ‘분트’ 바이거 의장, 월정사 정념 주지와 대화

독일 최대의 환경단체로 탈핵운동을 이끌고 있는 분트(BUND)의 후베르트 바이거 의장(67·카셀대 도시경관계획과 교수)이 지난 14일 오후 강원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2시간 넘게 그와 대화한 사람은 정념 주지스님이었다. 유럽의 최대 환경단체와 한국의 천년고찰을 이끄는 두 사람이 한적한 월정사 뜰을 거닐며 교감한 화두는 ‘생명’이었다.

“만물은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으며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꽃송이입니다.”(정념)

“맞습니다. 생태계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자본이자 기반입니다. 자연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사회의식이 보편화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바이거)

지난 14일 바이거 의장과 정념 스님이 오대산 월정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 14일 바이거 의장과 정념 스님이 오대산 월정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으며 있는 그대로 고귀하다”는 정념 스님의 말에 바이거 교수는 “매우 반갑고, 감동적인 말씀”이라고 받았다. 바이거 교수는 “만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은 서구 자연과학에서도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며 “환경운동의 과제 역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조화로운 관계 안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거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 불교계가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부문 행사로 발표한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에 대해서도 “모든 생명이 고귀하고 평등하며 인간은 모든 생명이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책임을 갖고 있다는 선언에 공감한다”며 “특정한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도 모든 생명체를 귀중히 여기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바이거 교수는 “독일에서는 500만명가량이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분트에는 50만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며 “시민 중심의 환경운동을 벌여온 덕분에 정부가 탈핵을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 표명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태계 보존과 민주주의는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생태계 보존 문제 역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17일 마무리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생물자원의 경제적 이용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바이거 교수는 “자본이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봉사해야지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의 삶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념 스님은 “생명을 분절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수원대 이원영 교수(사회)와 강원대 배동인 전 교수(통역)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 대담 후에 선물을 교환했다. 정념 스님은 참선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죽비를 건넸고, 바이거 교수는 ‘핵은 이제 그만’이라고 쓰여 있는 분트의 현수막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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