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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북한학’ 2000년대 ‘글로벌’… 유행 지나면 위축

입력 2014.10.21 22:35

수정 2014.10.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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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흔들린 학제 개편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세 / 꽃도 좋고 열매도 많으니”

뿌리가 약해서일까. 한국 대학의 학제 개편은 ‘정부 정책’이라는 바람에 쉽게 흔들렸다. ‘동북아’ ‘콘텐츠’ ‘글로벌’ ‘융합’ 등 2000년대 이후 신설된 학과의 명칭에는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한 정책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1990년대는 북한학 바람이 불었다. 전 세계적 탈냉전 분위기와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로 이어졌다. 1994년 동국대가 국내 최초로 북한학과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명지대(1995년), 관동대(1996년), 고려대(1997년), 조선대(1998년) 등이 학부 과정에 북한학과를 신설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대학원에 북한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8곳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자 북한학과는 급격히 위축됐다. 관동대는 2006년 북한학과를 폐지했고, 명지대는 2010년 정치외교학과와 통합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학은 학제 개편 때마다 ‘동북아’와 ‘콘텐츠’를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동북아 균형자론’과 ‘동북아 금융허브정책’ 영향 때문이었다. 선문대·동국대에서 동북아학과, 동북아국제학부가 생겨났다. <대장금> <주몽> 등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한류상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정부가 ‘문화콘텐츠 해외진출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하자 대학에는 ‘문화콘텐츠학과’가 생겼다. 건국대, 상명대, 순천향대, 호서대 등은 인문계열 어문학과와 역사학과, 철학과 등에 ‘콘텐츠’라는 이름을 달아 학과를 재편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는 ‘글로벌’이 유행했다. 경제·경영학부에 ‘글로벌’이 붙기 시작했다. 군사·국방 관련 학과도 늘었다. 현재 군사·국방 관련 26개 학과 중 20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설됐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난 2010년 이후 개설된 학과만 17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서울대는 창조경영학과를 신설하겠다고 했다가 빈축을 샀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제 개편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학문역량 강화 대신 교육과 연구 수준의 질적 저하가 확산되고 학생·연구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문과의 눈물’ 기획취재팀

팀장 정제혁(사회부) 기자, 이호준(산업부), 정원식·임아영(문화부), 박은하(사회부), 김지원(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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