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복제 젖소, 복제 한우, 백두산 호랑이를 발표할 당시엔 정작 복제를 성공하지 못했고 관련 논문도 없었습니다.”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 제보자였던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류영준 교수는 지난 2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류 교수에 따르면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은 복제 젖소를 만들어냈다고 밝힌 1999년부터 시작됐다. 황 전 교수는 1999년 젖소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정작 연구팀이 복제에 성공한 것은 보도가 나간지 4년이 지나서였다.
류 교수는 2002년 황 전 교수 연구실에 연구원으로 합류한 지 두달 후에 복제 젖소 영롱이 논문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논문을 찾을 수 없었다. 영롱이를 만들기 전 중간 과정을 정리한 논문만 찾을 수 있었다. 복제 성공을 담은 최종 논문이 없었기 때문에 영롱이는 복제 젖소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황 전 교수가 거짓 연구 발표를 일삼은 계기에 대해 류 교수는 “당시 축산기술연구원에서 복제소가 임신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황 전 교수가 국내에서 1등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조작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기술이 없지만 일단 일등을 한 뒤에 실력을 실러서 낳으면 된다는 것이 기본적 조작의 컨셉트”라고 밝혔다. 황 전 교수는 수정란을 이식받은 소를 핵 이식받은 소라고 밝혔다. 실제 출산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2003년 진행된 척추 손상 개 치료 실험도 같은 방식이었다. 류 교수는 “개는 치유력이 좋기 때문에 척추 손상 개가 스스로 치유된 것인지 줄기세포 덕분에 치유된 것인지 판정하려면 나중에 검증을 해야한다”며 “우리는(연구진은 치료 경과를)분명히 검증한 뒤 논문을 내자고 했지만 황 교수가 묵살했다”고 말했다. 당시 황 전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로부터 난자 제공 윤리 문제로 비판을 받던 시기였다. 황 전 교수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논문도 마찬가지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세계 유명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황 교수는 스타가 됐다. 정치권 관심도 컸다. 정부는 황 전 교수 연구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년 뒤인 2005년 황 전 교수는 ‘사이언스’에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주 11개를 수립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순간 류 교수는 논문 조작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논문 이후 주요 연구진이 연구실을 다 빠져나왔기 때문에 단기간에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주를 수립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문화방송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논문조작과 난자 윤리 문제를 제보했다.
이후 검찰 조사와 서울대 진상조사위 조사가 이뤄졌다. 서울대 측은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 두차례에 걸쳐 논문 내용을 검증해 “줄기세포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 전 교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월 대법원은 황 전 교수가 신산업전략연구원 책임자로서 SK계열사 등으로부터 체세포복제기술 개발을 위해 지급된 연구비 7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불법 난자매매 혐의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해 SK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연구후원금을 편취(사기)한 혐의는 무죄가 됐다.
대법원은 또 황 전 교수가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는 황 전 교수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황 전 교수는 현재 수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 동물 복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