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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엄마들의 ‘불편한 모정’

입력 2014.11.09 20:52

수정 2014.1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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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깨끗한 물을 자식들에게 먹이기 위해 이른 새벽마다 종종걸음을 치셨다. 물동이를 인 채 흐르는 물을 훔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 입시를 앞둔 자식들을 위해 험한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절을 찾아 밤을 새우던 합장기도는 또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날의 어머니 기도는 자식이 50줄을 훨씬 넘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침을 열며]TV 속 엄마들의 ‘불편한 모정’

팔순을 앞둔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상들입니다. 예전의 강단과 야무짐은 많이 무뎌졌지만 자식에게 어머니는 여전히 따뜻한 아랫목이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흔한 세월입니다. 이성 간은 물론이고 친구, 선후배, 직장상사와 동료,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사이에도 사랑을 들먹입니다. 게다가 정치인들은 또 얼마나 국민들을 사랑하는지요.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이렇게 흔하게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말이 갖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고 반드시 그에 합당한 행위와 책임이 뒤따랐기 때문일 테지요.

세상에 이런저런 사랑이 있다해도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만한 것이 있을까요. 삼라만상이 생겨난 이래로 그 어떤 것도 이 사랑을 따를 만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언제부터인가 ‘불편한 모성’이 돼가고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에서 드러난 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MBC의 <왔다 장보리>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지만 드라마 속 자식사랑 방식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위가 자식에게 무엇으로 돌아가는지를 분별하지 못하는 무지막지한 욕심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또 자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표독스럽고 음흉한 사랑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왔다 장보리>뿐 아닙니다. 지난 드라마에서도 자식에 대한 편애와 구박을 일삼고(왕가네 식구들), 아들을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고(황금의 제국), 자식에게 걸림돌이 되는 상대와 동반자살도 마다하지 않는(금나와라 뚝딱) 등 돌연변이성 모성을 그렸습니다. 물론 작가들은 모성의 왜곡이 아니라 결말로 가기 위한 기제에 불과하다는 등 나름의 해석을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도 문화의 한 영역이고, 문화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이라면 왜곡된 모성 표출은 오늘 우리 사회를 투영하는 방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의 삶은 참으로 팍팍해졌습니다. 정글이 따로 없습니다. 아무도 옆사람을 부축해주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시작된 경쟁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이어집니다. 마지막 기댈 곳이었던 국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인정하기 싫은 슬픈 사실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적나라하게 목도했습니다. 세월호 어머니들의 눈물은 아직도 이 땅 곳곳에 얼룩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팍팍하게 변해버린 삶의 형편 속에서 오늘의 어머니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군대 간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오고, 집을 구하지 못해 전전하고, 결국은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비정규직으로 부당해고당하고 또 자살하고, 몇 푼 안되는 월급 때문에 상사의 성추행도 감수해야 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어머니들은 어떤 마음을 다잡을까요. 혹시 자식의 앞길에 놓인 걸림돌을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존재든 제거해주겠다는 불편한 모성이 솟구쳐 오르지는 않을까요.

이처럼 극악하게 변해버린 우리 사회가 마음의 고향인 모성마저 왜곡시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드라마 속 모성을 회복하는 일은 작가나 방송사만의 숙제가 아닙니다. 이 땅에서 입시전쟁, 인서울, 스펙, 취업전쟁, 비정규직, 원룸, 전세난, 싱글맘, 부당해고, 성추행이라는 몹쓸 말들이 사라져야만 가능합니다. 이 말들이 사라진다면 어머니들은 본래 그 모성의 자리로 돌아가 자식을 묵묵히 바라봐주고, 어깨를 토닥여 사회로 돌려보내고, 국가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도록 격려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사실 기대난망입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을 싸늘하게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TV 속 엄마들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입니다. 인자한 품성과 따뜻함으로 힘든 시대, 서민들을 위로했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보다는 아버지 쪽으로 자꾸 기울어가는 대통령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병석의 어머니를 찾아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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