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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과 최경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재판 때 일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소추위원을 맡았다. 형사재판에서 검사 같은 역할이다. 3월30일 열린 첫 재판에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사흘 뒤인 4월2일 두번째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였다. 김기춘 실장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의를 제기했다. 문재인 변호사 등 노 대통령 대리인단과 방청객들의 이목이 김 실장에게 쏠렸다.

[아침을 열며]김기춘과 최경환

김 실장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는 중대성을 볼 때 재판의 졸속 진행은 안됩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발언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아시다시피 4월1일이 국회의원 후보 등록 마감일이고, 2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본인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할 예정입니다. 물리적으로 (2일) 출석이 매우 어렵습니다. 2차 재판날짜를 적절히 조정해줄 것을 간청하는 바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해야 하니 탄핵재판 일정을 총선인 4월 중순 이후로 미뤄달라는 요청이었다.

방청객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공과 사에 대한 김 실장의 판단은 일반인과 너무나 동떨어졌다. 김 실장은 “선거운동을 제약받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지만 재판 연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실장은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느라 다음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재판은 한동안 소추위원 없이 진행됐다.

10년도 넘은 탄핵재판의 한 장면이 떠오른 것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 때문이다. 지난 4일 국회에 출석한 최 부총리에게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물었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3년 반 정도 남았는데 끝까지 같이갈 각오는 없는가?” 2016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최 부총리가 출마하지 않고 현 정부 끝까지 경제 수장을 맡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최 부총리는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하는 게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최 부총리의 임기가 앞으로 1년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옷을 벗는다는 얘기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가 내년 말 새누리당으로 복귀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장차관 같은 공직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3개월 전에 물러나야 한다. 선거가 내후년 4월이므로 역산하면 1월이 최 부총리의 사퇴 시한이다.

총선 출마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지만 최 부총리의 경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먹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 일성으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보다는 단기 부양에만 치중했다. 나랏빚을 늘렸고,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풀어 가계 부채도 큰 폭으로 증가시켰다. 한은에 압력을 가해 돈을 더욱 풀게 했고, 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의 민원은 죄다 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가 1년 뒤에 물러난다면 지금의 정책은 후임자에게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이 빚을 잔뜩 내서 한껏 기분을 낸 뒤 나몰라라 하고 집을 나가버리는 꼴이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므로 그가 뿌린 돈은 차기 경제팀이 거둬들여야 한다. 돈 뿌리기는 쉽지만 거둬들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경제 리더십 붕괴도 우려된다. 경제야 어찌되든 말든 내년 말에 나가기로 돼 있는 최 부총리에게 어느 공무원이 충성을 하겠는가. 지금은 실세 대접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최 부총리의 지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도 최 부총리의 말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진다. 정부가 발표하는 것은 무엇이든 최 부총리의 총선 출마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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