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유출 경로’ 지목한 정보경찰 4명 자택 압수수색

이인숙·이효상 기자

박 경정 상대로 문건유출 외에 명예훼손 수사 병행

검찰이 3일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를 위한 첫 번째 ‘행동’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과 박모 경정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유출 진원지로 박 경정을 지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날 정보1분실 소속 경찰관 3명의 자택도 각각 압수수색했다. 박 경정을 통해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흘러나와 정보1분실 소속 경찰들을 통해 유통됐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관해 믿을 만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은 정씨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박 경정이 청와대 파견이 해제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10일 박스 1개와 쇼핑백을 갖다 놓았다가 엿새 뒤 되찾아간 곳이다. 박스에 담긴 것이 청와대 문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 경정은 “예전에 경찰청 근무 때 쓰던 물건들”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압수수색 정윤회씨 국정개입에 관한 청와대 문건 유출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남산 서울경찰청 정보 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압수수색 정윤회씨 국정개입에 관한 청와대 문건 유출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남산 서울경찰청 정보 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박 경정은 4일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청와대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 정보1분실 등의 압수수색 및 동료 경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박 경정을 추궁할 예정이다. 사건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일단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오면서 자신이 작성한 문건들을 들고나왔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박 경정에게 문건을 보고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과 관련해 자신이 작성한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경정이 유출자로 확인되더라도 언론 등에 전달된 것이 해당 문건인지, 유출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제3의 인물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경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은 청와대에서 도난당했으며 증거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고, 조 전 비서관도 “지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내 문건 유출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진 문건 외에 청와대에서 작성된 다수의 문건이 청와대 외부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 청와대에 자신의 주변인 비위 의혹이 담긴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입수해 경위를 조사해달라고 진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윤회씨가 ‘박지만 미행설’과 관련해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통해 조 전 비서관을 만나려 한 것을 보면 자신이 언급된 청와대 문건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외부 인사인 박 회장이나 정씨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자신들이 언급된 청와대 문건을 받아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 중인 문건 외에도 청와대 문건 유출 전반을 살펴봐야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경정이 4일 검찰에 출석하면 문건 유출 수사 외에 명예훼손 관련 조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경정을 상대로 문건작성 경위, 문건에 담긴 내용의 근거 등을 상세히 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이른바 ‘십상시’가 회동했다는 서울 강남의 식당을 확인하고 매출전표 대조, 통화내역 조회 등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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