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 취득한 주택이 재건축 재개발돼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새 아파트를 5년 안에 양도했다면 양도소득세 전액을 면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무리한 과세행정에 제동이 걸리고, 대규모 환급사태와 세수확보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모(61)씨가 “양도소득세 경정청구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정청구’란 납세자가 이미 신고납부한 세금이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세금보다 많았던 경우 법정신고기한 다음날 부터 3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더 많이 낸 세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1999년 10월 구주택을 취득한 이씨는 재건축조합으로부터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2004년 취득, 3년 뒤인 2007년 팔아 양도소득 3억8000만원을 얻었다. 이씨는 양도소득세를 일단 납부한 후 조세특례제한법 특례조항이 신축주택을 5년 이내에 양도한 경우 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기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납부한 양도소득세 8700만원을 모두 환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는 성동세무서가 “구 주택부터 새 아파트 취득시점까지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면제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일부를 환급해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재건축 중인 아파트를 취득한 후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전까지의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면제할 수 없다”면서 “다만 2심은 과세 당국이 법적 근거 없는 계산식에 따라 감면 대상 양도소득금액을 계산했다”는 이유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이모씨(84)도 같은 경우다. 1973년 재건축 되기 전에 주택을 취득한 그는 2003년 다세대주택을 신축한 후 5년 뒤인 2008·2009년에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 양도소득 3억원을 얻었다. 그는 서초세무서가 “신축주택 취득 이전의 양도소득은 감면되지 않는다”며 양도소득세 6000만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신축주택을 5년 이내에 양도하기만 했다면 기존 주택 취득부터 신축주택 취득 전까지의 소득’과 ‘신축주택 취득부터 양도 전까지의 소득’ 구분없이 세금을 모두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5년 후에 양도한 경우에도 ‘기존 주택 취득부터 신축주택 취득 전까지의 발생한 양도소득’은 감면대상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1·2심이 법리를 오해했지만 세금을 취소하는 결론이 같아 세무서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광장 손병준(왼쪽)와 류성현 변호사가 대법원으로 부터 ‘재건축, 재개발시 양도소득세 전액을 면제해야 한다’ 판결을 처음으로 이끌어 냈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 손병준 변호사는 “신축주택을 취득해 5년 이내에 양도한 경우뿐 아니라 5년 이후 양도한 경우에도 종전 주택에 대한 양도차익은 양도소득세 감면대상임을 분명히 한 데 의의가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양도소득세 면제기준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부동산종합대책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감면대상을 좁게 운용해 온 과세관청의 실무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는 IMF구제금융여파로 침체된 주택건설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신축주택을 취득해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한다는 ‘신축주택감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조항은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그 내용이 유지돼 시행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으로 신축된 주택을 취득한 주택조합원들(종전주택 소유자들)은 해당 신축주택을 5년 이내에 양도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 받았다. 5년 이후에 양도하면 5년 이전에 발생한 부분은 면제하고 그 이후 발생한 양도소득분에 대해서만 과세대상으로 봐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2009년 기존 입장을 변경해 ‘신축주택 취득일 이후의 양도차익’은 감면대상에 포함되지만 ‘종전주택 취득부터 신축주택 취득시 사이의 양도차익’은 감면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예규를 만들고 양도세를 부과하자 집단반발을 반발을 불러 왔다.
함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 류성현 변호사는 “문제된 감면규정은 주택건설업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한 자가 주택건설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신축주택을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며 “이 조항의 적용을 받아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규모도 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또 “정부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반면에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법령해석으로 과세를 하다가 법원으로 부터 위법성을 확인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므로 조세관련 법령의 세심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