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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아이들

입력 2015.01.12 21:32

수정 2015.01.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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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규 | 동명대 교수·언론광고학

요 며칠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트윗 글을 뒤늦게 읽었습니다.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폭언한 이른바 ‘갑질 모녀’ 사건. 그들의 요구에 굴복하여 무릎 꿇은 학생들을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이라고 비판한 내용입니다. 정작 문제는 이런 글에 대한 반응입니다. “꿇으라 한다고 꿇는 놈들이 비겁한 게 맞지!”라고 글쓴이를 옹호하는 반응이 의외로 많습니다. 학생들을 더 크게 꾸짖는 이들까지 있습니다. 모두가 동의하기 힘든 반응입니다.

[기고]비겁한 아이들

제가 보기에 해당 트윗 글의 문제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진 자 힘 있는 자가 “꿇어!”라고 횡포를 부리니 그 힘에 억눌려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당하지 못할 폭력(때로는 물리적 폭력보다 더한 것이 말의 폭력이므로) 앞에 “꿇을 수밖에” 없는 게 보통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꼴입니다. 아이들을 꾸중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두 번째가 더 큰 문제입니다. “하루 일당 못 받을 각오로”라는 식으로 학생들의 일자리를 함부로 업신여기는 태도 말입니다. 그것이 성인 정규직이든 대학생 주차 아르바이트든, 해당 일자리에 한 개인의 생활문제가 걸렸을지 모른다는 인식이 있다면 저렇게 쉽게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요. 이 엄동설한에, 매연 가득한 지하공간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주차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이 ‘있는 집’ 자식일 리 만무합니다. 저마다 긴한 경제적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러할 때 학생들의 무릎 꿇고 안 꿇고는 결코 개인의 패기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 논리대로라면, ‘땅콩 부사장’ 앞에 무릎 꿇은 대한항공 사무장과 저항하지 못하고 벽까지 3미터를 어깨 떠밀린 스튜어디스에게도 “패기 없는 비겁”을 물어야 했겠지요.

그게 아닙니다. 이 사안은 명백히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주요 특성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학생 저임금 노동’ 나아가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노동’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명백한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적 인성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이러한 사고방식(혹은 가짜 양비론)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해자 혹은 사회적 강자의 책임을 덮고, 중립화하고, 희석시키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회항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기장의 “비겁”을 통탄하는 한 일간지의 논리와 샴쌍둥이인 겁니다. 이런 논리들이 스스로 위엄 서린 멘토의 옷을 입는 세상은 뭔가 잘못된 세상입니다. 앞과 뒤가 뒤집힌 사회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사탕발림이 장안의 지가를 올린 시절이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호통의 모습을 빌려 질책합니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그 트윗 글을 읽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앞으로 비겁을 떨치고 용감하게 살아야겠다 뼈저린 반성을 했을까요? 아니면 늘 진보적 입장에 서있는 유명인사까지 이런 생각을 가졌음을 확인하는 순간, 혹시 자기들이 무릎 꿇은 시멘트 바닥보다 세상이 더 차갑다고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그러므로, 애초에 패기니 비굴이니라는 단어를 입에 담아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에게 “꿇어!”라고 진상을 떨고, 아이들이 그렇게 억지로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이런 세상을 만든 책임감을 먼저 토로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식 키우는 어미·아비로서 정상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게 가슴이 아파야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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