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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민주주의

  • 홍기빈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연초부터 정부는 우리나라 사회 경제 체제의 바탕이 되는 여러 제도의 굵직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전부터 추진되어 온 각종 규제 완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정책들에 더하여 고용 관계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을 노동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비록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미래를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세금 공제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으며 다른 여러 세율의 인상도 공언하고 있다.

[경제와 세상]산업사회의 민주주의

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불만과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 보아서는 일사천리로 막힘없이 진행될 듯하다. 막상 이러한 흐름에 개입하여 실질적으로 개악을 막아내야 할 정당들은 간략한 논평 이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저지할 수 있을 만큼의 실질적인 역량이 사회운동 세력이나 시민사회에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위에 말한 정책 및 제도 변화는 일반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입안되고 성사되어 시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이들이 개입할 방법은 사실상 전혀 없다. 관료, 정치가, 이익집단, 소수의 ‘전문가’들이 이것이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거의 막힘없이 관철되고 만다. 그러니 사람들이 민주주의라는 말에 냉소적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산업시대의 민주주의는 농경제시대의 민주주의와 크게 다르다. 산업이래야 자연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농업·목축업 등이 전부였던 옛날, 민주주의란 순전히 정치 권력의 문제였다.

산업사회는 다르다. 오늘날의 산업이란 산업 기술 및 그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무수한 사회 경제 제도들에 의해 조직되는 실로 “인위적인” 질서이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일상의 과정은 이러한 산업에 절대적으로 좌우되게 되어 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을 맘대로 동원하고 배치하고 부릴 수 있는 사회적 권력의 핵심적인 기제 또한 이러한 산업과 사회 경제 제도를 어떻게 다시 조직하느냐가 되었다. 요컨대, 권력은 이제 아테네의 민회가 열렸던 프닉스 언덕이 아니라 공장으로 복지 회관으로 은행 창구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여전히 농경제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권력 교체를 이루자”라는 구호만 무한 반복하면서 이것이 민주주의라는 착각에 빠질 때 비극이 시작된다. 산업사회에서의 민주주의란 응당 산업과 사회 경제적 여러 관계 속으로 들어가 다수의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과 그들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러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여기에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할 때에 비로소 구현된다. 말할 것도 없이 이는 금방의 성과 따위와는 거리가 먼 어렵고 지루한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 세력’은 이런 일보다는 화끈한 바람몰이로 정권을 공격하고 당장의 선거에서 한판승을 노리는 일에만 급급하다. ‘민주 세력’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기사로 연일 시끄럽고, 이에 고무된 ‘민주 세력’은 연일 강도 높은 정권 공격의 목소리를 내면서 벌써부터 ‘대망의 2016/7년’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허무한 일이다. 여전히 현실에서는 산업과 사회 경제 영역의 변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정권 공격의 빌미로 써먹는 데에만 급급하다.

야당은 자신들이 멀쩡히 통과시켜준 세제 개혁안이 현실에서 반발을 빚자 이것을 정권 공격의 호재로 삼아 순식간에 입장을 바꾸어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시골 공설운동장의 레슬링 같은 이런 싸움이 야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산업과 사회 경제 영역의 여러 제도들은 일사천리로 바뀌고 있으며, 그 방향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악화시킬 만한 것들이 다수이다.

한국은 고도의 산업사회이다. 정말로 여기에서 민주주의를 이루고 싶다면 정권교체를 말하기 전에 산업과 사회 경제 영역의 실질적인 개혁이라는 과제로 몸을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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