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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공존의 걸림돌은 ‘서로 다른 자아’의 갈등

입력 2015.01.30 21:07

수정 2015.01.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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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헤이즐 로즈 마커스·엘레나 코너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464쪽 | 1만9000원

[책과 삶]다문화 공존의 걸림돌은 ‘서로 다른 자아’의 갈등

미국의 한 한국인 대학원생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공항을 오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후 그 답례품으로 두 가지 색 볼펜을 내밀었다. 오렌지색 4개와 녹색 1개, 모두 5개 볼펜을 제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유럽계 미국인은 녹색 볼펜을 많이 선택했고 아시아계 미국인은 오렌지색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미국과 대만의 동화 속 캐릭터의 웃음 크기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캐릭터의 웃음 크기가 대만 캐릭터보다 훨씬 컸다. 여성 잡지를 비교해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국 잡지들 속의 웃음은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웃음처럼 이를 훤히 드러내보이는 반면 대만 잡지 속의 웃음은 <와호장룡>에 나오는 장쯔이의 지긋한 미소가 특징이다.

이 두 사례는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문화 차이를 보여준다. 저자는 서양 문화는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만들고 아시아 문화는 상호의존적인 자아를 낳는다고 말한다. 볼펜 고르기 같은 선택 상황에서 독립적인 자아는 자신을 중심에 놓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상호의존적 자아는 다수의 의견이나 공동체의 미덕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독립적 자아와 상호의존적 자아의 구분법은 동서양 문화만이 아니라 인종, 성별, 계층, 종파, 지역 등에도 적용된다.

미국 백인은 독립적인 면이 강하고 흑인은 상호의존성이 강하다. 또한 여성보다 남성이 업무와 사교에 있어서 독립적인 성향을 보인다. 중산층이 독립적이라면 저소득 노동자는 상호의존적이다. 미국 지역에 따라서도 두 가지 특징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 미국인은 대체로 독립적이고 보스턴이 있는 북동부 주민은 상호의존적인 면이 도드라진다는 설명이다.

두 자아의 구분법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의 구분법을 보면 상호의존적인 자아는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경향이 짙다. 여성과 유색인종 같은 약자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체에 의존하는 문화를 다져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독립적 자아·상호의존적 자아라는 잣대로 다문화 사회 미국을 해석한다. 그러면서 적잖은 정치·사회적 문제가 서로 다른 자아,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강자와 약자가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독립적인 자아는 상호의존적 자아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문화 충돌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문화를 자양분으로 형성되는 자아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벗어던질 수 있는 옷이 아니다. 자아는 피부이다. 아무리 위장한다고 해도 독특한 자아는 바꿀 수 없다. 저자는 두 자아가 공존하려면 가장 먼저 차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미국 백인에게 미국 내에서 인종문제를 의식하느냐고 물었더니 18%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백인이 흑인과 대화할 때 백인끼리 대화할 때보다 눈을 더 자주 깜빡거린다고 한다. 그만큼 인종차이를 의식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백인이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정치풍토에서 주류 기독교와 복음주의, 모르몬교 같은 ‘보수 기독교’의 반목은 해묵은 주제이다. 주류 기독교인이 독립적인 문화를 보이는 반면 보수 기독교인은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상호의존적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전자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고 후자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정치적 이해 충돌을 불러온다.

가장 경계할 것은 두 문화를 고정된 이미지로 묘사하는 미디어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상업 광고는 두 문화의 차이를 고착시켜왔는데 이 과정에서 독립적 자아는 영웅, 상호의존적 자아는 조력자 내지 악당이라는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는 당연히 다문화 공존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책에는 자신이 독립적인 자아가 우세한지 상호의존적인 자아가 우세한지 가늠해보는 진단법을 실었다. 8개 항목으로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빌 게이츠는 독립성과 상호의존성의 비중이 동일하게 나왔다. 두 가지 자아가 대등하게 공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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