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항 책임은 기장에 돌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땅콩 회항’ 사건 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해 “당시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를 입은 분들께 사죄드린다”면서도 “당시 승무원과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태운 호송차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을 태운 호송차량이 2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 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과 승무원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전 부사장은 검사가 같은 내용을 재차 묻자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 매뉴얼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박 사무장에게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그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책임을 기장에게 돌렸다.
이날 공판에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에게 폭언·폭행을 당하고 항공기에서 쫓겨난 박 사무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단 한 차례도 사과받은 적이 없다. 조 전 부사장은 한번도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일말의 양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해왔는데 조 전 부사장에게 자존감을 치욕스럽게 짓밟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유니폼 차림으로 법정에 선 박 사무장은 “최근 이틀간 비행으로 30시간이 넘도록 잠을 못 잤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진술을 이어갔다. 박 사무장은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나뿐 아니라 가족들도 고통을 받았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박 사무장은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 전 부사장과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큰 경영자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땅콩 회항 사건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대한항공 여모 상무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