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판매되는 BMW X3는 2세대 차량을 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다.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좌우로 더 길어지고 범퍼에 입체감을 더했다. BMW 코리아 제공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세그먼트(차급)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국내 업체로는 르노삼성자동차 ‘QM3’이 1만8100여대 팔려 회사 전체의 실적까지 끌어올렸다. 수입차 업체로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지난해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고, 푸조 2008과 닛산 캐시카이는 차가 없어 못팔 정도로 역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형 SUV가 이처럼 빠른 시간에 자리잡게 된 것은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을 사용해 배기량 대비 토크가 커 가속감이 뛰어나고 최고속도도 웬만한 중형차 만큼 나온다. 덩치가 작고 차체가 높아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비가 높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ℓ당 20㎞ 안팎의 연비가 나온다.
하지만 완벽한 차는 세상에 없다. ‘소형’이라는 장점은 이 차의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소형 SUV는 전체 길이(전장)가 4400㎜ 안팎에 머문다. 실내가 좁을 수 밖에 없다. QM3이나 한국지엠 트랙스는 덩치가 큰 성인 4명이 타기에 좁다.
전장이 짧으니 휠베이스를 아무리 늘여도 2600㎜ 안팎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휠베이스가 짧으면 고속 주행서 안정감이 떨어지고 승차감도 나빠진다.
디젤엔진을 사용해 엔진소음이 큰 것도 단점이다. 과거 디젤엔진처럼 진동이 심하진 않지만 정차시 소음은 운전자에게 적잖은 피로감을 준다. 시속 150㎞를 넘어가면 엔진소음 때문에 깜빡이 작동음이 잘 안들리는 차도 있다. 배기량이 1.6~2.0ℓ인 차들이 대부분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도 한계가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땅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은 부족한 것이다.
뒷모습은 리플렉터를 새롭게 디자인해 이전 모델보다 넓어 보인다. 사이드미러도 디자인을 개선해 시인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BMW ‘X3 엑스드라이브 30d M 스포츠 패키지’는 이같은 소형 SUV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모델이다. 너무 작지도 않고, 힘은 충분하며, 디젤엔진차답지 않게 소음과 진동이 적다.
X3의 휠베이스는 2810㎜다. 티구안보다 206㎜, 캐시카이보다 165㎜ 길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뒷좌석 공간도 커져 2열에 앉는 승객의 무릎 공간에 그 만큼 더 여유가 있다.
전폭도 소형 SUV보다 80㎜가량 넓다. 승객들끼리 몸을 겹쳐 앉은 채 장거리 여행을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큰 덩치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X3 30d는 이런 점에서 자유롭다. 덩치가 작은 소형 SUV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민첩함을 가졌다. 강한 ‘심장’을 가져서다.
3.0ℓ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m를 뿜어낸다. 티구안보다 118마력, 24.5㎏·m가 높다. 웬만한 4기통 엔진을 한대 더 달고 있는 셈이다. BMW에 따르면 풀 악셀을 할 경우 정지 상태에서 5.9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실제 달려보면 X3 30d의 가속감은 웬만한 스포츠 세단보다 앞선다. 스포츠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못 따라잡을 차가 없단 생각이 들 정도다. X3 30d의 엔진은 이 차의 안전 최고속도인 시속 230㎞에 금세 도달할 것같은 맹렬한 기세로 속도를 끌어올린다.
BMW의 4륜구동 시스템인 ‘엑스드라이브’는 일반도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4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배분해 차량의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준다.
힘만 좋은 게 아니다.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와 배기음이 나온다. 2000~3000rpm에서 나오는 엔진음은 부드러운 바리톤 성악가의 음색을 닮았다.
시내 주행을 해보면 또 한차례 이 엔진의 장점에 감탄한다. 1.5~2.0ℓ 터보 디젤엔진은 1750~2000rpm의 실용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더라도 한계가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빨리 적절한 토크가 나오지 않고, 터보랙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배기량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체가 심한 출퇴근 때는 가속페달 조작에 신경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30d는 이런 불편함이 없다.
3.0ℓ라는 풍부한 배기량이 가져다 주는 부드러움과 여유는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에 발이 살짝만 닿아도 운전자가 원하는 토크가 기민하게 방출된다. 차선을 바꾸거나 급정거를 한 뒤 다시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굼뜨지 않고 즉각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과거 BMW의 가솔린 직렬 6기통 엔진은 ‘실키 6’라 불렸는데, 이런 노하우가 터보 디젤엔진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핸들링도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소형 SUV보다 덩치가 크지만, 곡선길이 이어지는 지방국도에서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BMW의 4륜 구동 시스템인 ‘엑스드라이브(xDrive)’는 속도와 노면 등 주행상황에 맞게 적절히 개입해 운전자로 하여금 불안함이 들지 않게 해준다. 엑스드라이브는 보통 때는 앞뒤 구동력이 40:60으로 배분되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100:0에서 0:100까지 구동력을 스스로 제어한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날카롭다. 운전자가 원하는 조타각 만큼, 유격없이 앞바퀴를 틀어준다. 예리한 스티어링과 엑스드라이브의 개입은 헤어핀 같은 곡선로에서도 제법 빠른 탈출을 보장한다. BMW의 모토인 ‘달리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다.
X3의 서스펜션은 강하지 않지만 고속주행은 물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패인 도로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준다.
서스펜션 강도는 티구안 최상위 모델인 R라인보다는 부드럽다. 하지만 피칭이나 롤링을 적절히 감쇄시킨다. 차체 강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시승한 8일 오전 경기 파주와 연천, 전곡 일대에는 강한 북서풍이 불었다. 한강과 임진강을 찾은 철새들은 강풍을 맞으면서 마치 연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X3도 강풍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경기 일산방향 외곽순환도로. 소래터널을 통과하기 전 고가도로 위에서 한차례 횡풍을 맞았다. 공차 중량이 1300~1600㎏에 불과한 소형 SUV였다면 제법 심하게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X3는 고속에서도 큰 흐트러짐 없이 바람을 뚫고 나갔다. 1800㎏라는 듬직한 ‘체중’과 전장에 비해 긴 휠베이스, 4륜구동, 강한 동력성능이 높은 차체를 갖고 있음에도 바람을 영향을 덜 받게 한 것이다.
X3의 실내. BMW 다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기판 왼쪽 하단에 있는 트립미터 리셋 버튼은 찾기가 쉽지 않다.
연비는 디젤엔진이지만 3.0ℓ 대형 엔진임을 감안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90~100㎞ 정속주행을 하면 ℓ당 17~18㎞도 나온다.
스포츠 모드에 놓고 달리면 ℓ당 10㎞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콤포트 모드 때와 같은 속도에서도 기어단수가 한 단 이상 낮춰진다. 자연스레 rpm도 500 회전 이상 높아져 연료가 더 소모되는 것이다.
이 모드에서는 패들 시프트로 톱기어인 8단까지 변속을 해도 속도에 따라 차 스스로 7단이나 6단으로 다시 단수를 낮춰준다. BMW 슬로건인 ‘달리는 즐거움’을 양보하지 않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가격은 소형 SUV보다 확실히 비싸다. X3 30d는 7590만원인데, 여기에 M스포츠 패키지가 포함되면 8390만원으로 뛴다. 부담스러우면 2.0ℓ 터보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X3 20d를 선택할 수 있다.
직렬 4기통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이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에 8.1초가 걸린다. 가격은 66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