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CLS 63 AMG 4매틱. 1세대 모델보다 공기 흡입구가 커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블레이드는 AMG 모델의 경우 2줄이 들어간다. 사이드미러도 더욱 위로 배치해 사각지대를 줄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2004년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지켜보던 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의 고정 관념이 바뀐 해였다. E 클래스를 기반으로 선보인 CLS라는 새 모델 때문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LS를 쿠페(양쪽 문 2개만 있는 차량) 형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도어를 2개 더 달아 4개로 늘렸다. ‘4도어 쿠페’란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안한 것이다.
4도어 쿠페라는 신개념과 함께 세계 자동차 업계는 CLS의 수려한 디자인에 정신을 빼앗겼다. 2도어 쿠페보다 더 아름다운 라인을 지녔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긴 후드, 높은 벨트라인(옆 유리창 하단부와 금속 차체 상단부의 경계), 프레임 없는 사이드 윈도…. 전면부에서 루프를 거쳐 트렁크로 이어지는 잘 빠진 ‘몸매’에 자동차 애호가들은 달아올랐다.
2010년 2세대 CLS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다. 전면부와 측면부를 좀더 강인하게 다듬은 것을 제외하고는 종전 모델의 디자인을 대부분 계승했다. 그만큼 1세대 CLS 디자인이 완벽했던 셈이다. 테일램프가 각진 형태에서 페이즐리 문양처럼 바뀐 게 눈에 띨 정도였다.
2세대 CLS는 4년 만인 지난해 11월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왔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새로 손보고, 사이드 미러 위치가 좀더 위로 올라가 역동적인 맛을 강조했다.
CLS 63 AMG 4매틱의 전면과 측면부는 1세대 모델보다 강인하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CLS는 한국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모델로 꼽힌다.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CLS가 많이 팔리는 나라인데, 모두 4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디젤 모델인 CLS 250 블루텍 4매틱, 가솔린 엔진 모델 CLS 400, 고성능 버전인 CLS 63 AMG 4매틱, 이보다 동력성능을 더 높인 CLS 63 AMG S 4매틱 등이다.
시승한 CLS 63 AMG 4매틱은 CLS의 미려한 디자인에 고성능 스포츠카의 동력성능을 결합한 모델이다.
CLS 63 AMG에 실린 5.5ℓ V8 바이터보 엔진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8기통 가솔린 엔진 라인업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엔진에 속한다. 배기량 5461㏄로 최고 출력 557마력과 최대토크73.4 ㎏·m 파워를 낸다. 변속기는 AMG가 튜닝한 ‘AMG 스피드 시프트’ 7단 멀티 클러치가 결합된다. 주행 가능한 최고속도는 시속 300㎞로, 정지 상태에서 3.7초 만에 시속 100㎞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CLS 63 AMG 4매틱의 동력성능을 짐작케 하는 수치일 뿐이다. 달려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CLS 63 AMG 4매틱의 5.5ℓ V8 바이터보 엔진. AMG는 설립 초기부터 ‘1인 1엔진’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과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 한 명이 AMG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한다. 제작이 끝난 뒤에는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이 엔진에 새겨진다.
이 엔진은 운전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 전율한다. 5461㏄ 대배기량 엔진이 회전하며 내뱉은 배기가스는 배기다기관, 배기 파이프, 머플러, 테일 파이프를 거치면서 듣기좋은 ‘멜로디’로 변한다.
회전 영역에 따라 바리톤과 테너, 소프라노 음색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저회전대에서는 야수처럼 그르렁대다 4000rpm을 넘어서면 포뮬러 머신처럼 고음역을 쏟아낸다. 가속페달로 음악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멋진 사운드가 나온다. 성능 좋은 스포츠카의 조건 중 하나인, ‘배기음이 좋을 것’이란 전제를 CLS 63 AMG 4매틱은 충족시키는 것이다.
5.5ℓ바이터보 엔진의 기질은 ‘야누스’에 가깝다. 공회전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4000rpm까지 순식간에 치솟는다. 중립 상태에서 엔진 회전은 4000rpm으로 제한되는데, 실제 주행을 해보면 이 엔진의 잠재력에 감탄하게 된다.
CLS 63 AMG 4매틱은 3.7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1500~2000rpm에서는 부드럽고 산뜻하고 담백하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줄 때나 출퇴근 때 사용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3000rpm을 넘어서면 표변한다. 운전자의 등이 버킷시트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강하게 가속한다. 순식간에 안전 최고 속도까지 밀어부친다.
AMG가 손본 멀티 클러치 7단 변속기의 변속 속도는 최고 수준이다. 패들 시프트가 ‘딸깍’ 소리를 내면 이미 변속이 끝나 있다. 웬만한 레이서가 수동 변속기를 조작하는 것보다 빠르다.
일반 주행에서는 S 클래스처럼 부드럽고 매끈하게 변속된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거나 시프트 다운을 하면 기분좋은 변속충격을 운전자의 몸에 전해준다.
CLS 63 AMG 4매틱은 4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안락한 주행을 위한 콤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보다 스포티한 주행모드를 선택할수록 배기음이 강렬해지고, 기어단수도 저단기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다.
CLS 63 AMG 4매틱의 기어 셀렉트 레버와 주행모드, 서스펜션 변환 스위치.
서스펜션도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의 3가지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 일 반도로에서는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면 메르세데스 벤츠다운 안락함을 맛볼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딱딱해져 노면 상황이 그대로 전달된다.
순간적으로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과 하드한 서스펜션을 원할 경우 기어 셀렉트 레버 왼쪽의 AMG 버튼을 누르면 주행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짧고 하드하게 세팅된다. 프리미엄 세단에서 서킷 주행이 가능한 스포츠카로 변신케하는 ‘매직 버튼’인 셈이다.
CLS 63 AMG 4매틱은 쿠페이지만, 뒷좌석에 성인 2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CLS 63 AMG 4매틱의 전장은 4970㎜다. 핸들링이 좋기로 이름난 포르쉐 911 카레라 GTS보다 461㎜ 길다. 하지만 덩치가 작은 2인승 스포츠카들처럼 기민하게 움직인다. 고속주행이나 구불구불 구빗길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운전자가 머릿속에 그린 방향으로 스무드하게 차체를 돌려준다.
커브길을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릴 때도 CLS 63 AMG 4매틱은 운전자가 상상하는 주행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달린다. 여기에는 AMG 전용 4매틱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한몫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에 장착되는 일반 4매틱 시스템과 달리 전륜과 후륜 33:67로 후륜에 더 많은 토크를 배분한다. 4바퀴가 도로를 일사불란하게 움켜쥐게 하면서도 뒷바퀴 구동 중심의 스포티한 드라이빙이 가능한 것이다.
나파가죽과 알칸테라 소재가 감긴 스티어링 휠. 일반 제품보다 림이 두텁고 아랫부분이 잘린 ‘D 컷’ 타이프로 제작됐다.
CLS 63 AMG 4매틱의 스티어링 휠 감각은 기본적으로 날카롭다. 하지만 다중적인 성향을 지녔다. 속도에 따라 시시각각 무게감을 달리하면서 최적의 감각을 제공한다.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편하게, 고속에서는 세심하게 반응하며 운전자로 하여금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이 차의 맛깔스런 스티어링 휠 감각은 알칸테라와 나파 가죽을 사용해 잘 박음질한 스티어링 휠에 깨알처럼 전달된다.
시승한 CLS 63 AMG 4매틱의 브레이크는 대형 디스크에 천공까지 돼있는 AMG 특제다. 부드럽게 밟아도 신속하고 매끄럽게 차를 멈추게 한다. 하지만 안전 최고속도에 육박하는 고속에서 급제동을 할 때는 속도가 썩 빨리 줄어들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CLS 63 AMG 4매틱은 19인치 ‘AMG 10스포크 휠’과 AMG 전용 트윈 크롬 배기 파이프가 적용돼 스포티한 맛을 더한다.
소음과 진동 수준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래그십 모델 S 클래스와 다르지 않다. 디젤 차를 몰다 CLS 63 AMG 4매틱을 운전하면 왜 고급차 대부분이 가솔린 엔진을 얹는 지 금세 알게 된다. 승차감도 기본적으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다만 운전자가 원하면 안락함을 잠시 버리고 어떤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서스펜션을 제공하는 친절함도 갖췄다.
실내공간은 성인 4인이 승차하기에 무리가 없다. 2도어 쿠페 타이프의 스포츠카가 흉내낼 수 없는 장점이다. 운전석에는 다이내믹 시트 기능이 있어 운전자의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 에어 쿠션이 사람의 손처럼 운전자를 받쳐준다. 멋진 비서를 도움을 받으며 다소 과격한 코너링을 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헤드램프는 이상적인 조명 패턴을 계산해 운전자가 최적의 시야를 확보해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멀티빔 발광다이오드(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도 채택했다. 현재 개발된 가장 진보한 자동차용 조명 시스템으로, 1초당 100회의 이상적인 조명 패턴을 계산해 24개의 개별 고성능 LED의 밝기를 25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야간 운전을 할 때 같은 차선의 앞차 운전자가 겪는 눈부심을 최소화해주고, 상대편 차량의 운전자도 마주오는 차의 불빛에 방해받지 않도록 라이트 밝기와 각도를 조절해준다. 적극적인 안전을 지향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정신이 숨어있다.
CLS 63 AMG 4매틱의 계기판. 스피도미터에는 시속 320㎞까지 표시돼있다.
1억5490만원짜리 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연료비는 큰 걱정거리가 못될 것 같다. 그런데 CLS 63 AMG 4매틱의 연비는 동력성능 만큼 높다. 시승 구간 313㎞를 안전 최고속도에 가깝게 달리기도 하고, 30분 이상 시속 10㎞로 기어가기도 했다. 결코 연료를 아끼는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시승차 연비는 정부 공인 복합연비를 딱 맞춘 ℓ당 7.1㎞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