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5 스포트백. 쿠페 스타일의 4도어 세단이다. 아우디 코리아 제공
디자인이 가장 세련된 승용차는 쿠페일 것이다. 포르쉐나 페라리처럼 개성 강한 스타일의 유명 스포츠카 대부분이 2도어 쿠페 형태다. 멋스러워서일까. 유럽이나 북미 멋쟁들은 쿠페를 즐겨 탄다.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가정을 갖게 돼 자녀가 생기면 쿠페는 불편한 차가 된다.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운전석이나 조수석 시트를 접어야 한다. 휠베이스가 짧다보니 뒷좌석 공간이 좁다. 실용성이 떨어져 패밀리카로는 부적절한 모델로 전락하는 셈이다.
‘아우디 A5 스포트백 35 TDI 콰트로’는 스타일리시한 쿠페를 마음에 담고 살지만 실용성을 포기할 수 없는 멋쟁들을 위한 차다. 짧은 전면부 오버행, 넓은 차폭, 낮은 최저지상고, 루프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라인은 영락없이 쿠페지만 4문짝을 갖고 있다. 패밀리카로 손색 없는 쿠페인 셈이다.
A5 스포트백은 쿠페 모델인 A5의 전장과 휠베이스를 각각 86㎜와 59㎜ 늘여 4도어로 만든 차다. 여기에 뒷 유리창도 트렁크와 연결해 해치백처럼 위·아래로 여닫힌다. 아우디가 A5 스포트백을 5도어로 부르는 이유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중형세단처럼 당당해지고, 뒷좌석도 성인이 타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전장은 현대자동차 쏘나타보다 짧지만 휠베이스(2810㎜)는 쏘나타(2805㎜)와 큰 차이가 없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여서 뒷좌석은 머리 공간이 쏘나타보다 좁지만, 다리 공간은 두 차가 비슷하다.
A6 스포트백의 후면부와 측면부. 직선과 곡선이 군더더기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트렁크에 짐을 넣기는 일반 세단보다 수월하다. 세단은 트렁크 뚜껑만 들어 올리지만 A5 스포트백은 지붕 아래 뒷유리창까지 모두 올라간다. 박스처럼 정사각형의 부피가 큰 화물도 어렵지 않게 실을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이 부족하면 뒷좌석을 접어 확장할 수 있다. 480ℓ지만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980ℓ까지 늘어난다.
미끈한 외관에 실용성만 갖춘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동력성능은 어떨까.
A5 스포트백은 2.0ℓ(1968㏄) 직렬 4기통 터보디젤 직분사 엔진(TDI)을 사용한다. 최고출력190마력(3800~ 4200rpm), 최대토크 40.8㎏·m(1750~ 3000)가 나온다. 수치상으로는 배기량과 공차중량이 비슷한 BMW 520d 엔진보다 미미하게 앞선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느낌은 너무 민감하거나 둔하지 않고 부드럽다. 1695㎏에 이르는 공차중량 때문인지 등이 시트에 부딪칠 정도의 빠른 가속은 되지 않지만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여준다. A5 스포트백의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32㎞다. 일상생활에서 속도를 이처럼 높일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스피도미터의 12시와 1시 방향에 표시된 속도까지는 어렵지 않게 밀어 부쳐준다.
아우디 A5스포트백은 7.4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독일차답게 높은 편이다.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생존’하려면 시속 180㎞ 안팎에서도 부양감이 없고 지면을 잘 움켜쥐고 달리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우디는 이런 점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A5 스포트백은 변속기 레버와 패들 시프트로 일반모드와 스포츠모드,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평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일반모드 주행은 좀 답답할 듯하다.
여느 아우디 모델처럼 기어 레버를 주행(D) 상태에서 아래로 한번 더 당기면 다이나믹한 달리기가 가능한 스포츠모드로 전환된다. 스포츠모드에서 A5 스포트백이 추월하지 못할 차는 썩 많지 않다.
2.0ℓ TDI 엔진에는 직결감이 강한 7단 듀얼 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킥다운이나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기어 단수를 낮추면 빠르게 변속된다. 아우디는 변속속도가 수천분의 1초라고 설명한다. 운전자로서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얘기다.
듀얼 클러치는 자동과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변속기다. 홀수단과 짝수단에 각각의 클러치를 마련해 다음 단수가 들어가기 전 미리 물리게 설계돼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연비는 주로 스포츠 모드에서 도심도로와 고속도로, 국도를 470㎞가량 달렸더니 공인 복합연비인 ℓ당 14.6㎞보다 조금 낮은 13.8㎞가 나왔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사이드 미러 안쪽에 뱅앤올룹슨이라 새겨진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핸들링 반응은 평균 이상이다. 스무드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원하는 방향으로 차머리를 잘 돌려준다. 시속 110㎞가 넘는 고속에도에서도 비틀거리거나 흔들림 없이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코너링도 강하다. 웬만한 원형 인터체인지에서는 크게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스티어링 휠 조작만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상시 4륜 구동방식의 콰트로도 코너링 성능을 높이는 요소다. 80~90도 정도의 구빗길만 아니라면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가속을 하면서 코너를 돌 수 있다.
경기 연천군으로 향하는 국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풀 브레이킹을 한 적이 있었다. A5 스포트백은 순간적으로 속도를 시속 80㎞가량이나 떨어뜨리며 원하는 정지선에 멈춰섰다. 고속 주행 중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멈춰설 수 있는 능력은 어쩌면 고속주행 능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A5 스포트백의 스티어링 휠 감각은 중립적이다. 유격이 거의 없다. 저속 때는 너무 가볍지 않고, 고속 때는 반대로 무겁지 않다. 하지만 노면이 평평하지 않고 꺼지거나 경사가 지면 경쟁차보다 쉽게 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국도에 이런 길이 종종 있는데, 스티어링 휠에 힘을 주지 않으면 차가 굴곡진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우디 A5 스포트백의 뒷좌석. 성인 2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다.
A5 스포트백의 서스펜션은 앞바퀴 5링크 위시본, 뒷바퀴 트라페조이달(사다리꼴 형태)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승차감은 국산차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조금은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고속주행용 도로는 물론 콘크리트 처리된 국도에서도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 패이거나 깨진 도로에서는 바퀴가 내려가는 충격음이 차내에 적지 않게 전달됐다. 그러나 차체 전체가 크게 한쪽으로 기울거나 하지는 않는다. 차체 강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도심 도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콘크리트 과속방지턱은 시속 30㎞ 안팎의 속도에서는 별 충격없이 지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시속 50㎞로 통과하면 충격은 왔지만 앞범퍼 아랫쪽이 지면에 닫지는 않았다. 플라스틱과 볼트로 조립한 제법 높은 과속 방지턱도 잔진동 없이 통과했다.
디젤엔진에 2만2000㎞를 넘게 주행한 차여서인지 엔진음은 큰 편이다. 아이들링 때 나는 엔진 소리도 제법 귀에 거슬린다. 하지만 차에 타 도어를 닫으면 엔진소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아우디라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는 흡차음 수준이다.
엔진 소음이 귀에 거슬리면 카오디오를 켤 것을 권한다. 이 차에는 10채널, 505W를 내는 앰프와 14개의 스피커가 조합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아우디 차량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운전자는 트립 미터나 연비, 주행시간 등을 리셋하는 버튼을 찾기가 어렵다. 실내 온도와 통풍량 조절도 조금은 번거롭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