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47명 “핵협상 타결돼도 의회에서 저지할 것” 편지
“차기 대통령이 뒤집을 수 있어”… 오바마 “특이한 동맹”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공화당이 이란 지도자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협상이 타결돼도 의회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협상이 못마땅한 미국 내 강경파들이 이란 강경파에 ‘적대적 공생’을 하자고 노골적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47명이 서명하고 수신인이 ‘이란 지도자들 앞’이라고 된 이 편지는 이란 강경파들에 ‘당신들이 미국의 법체계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라는 말로 시작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합의를 해도 의회가 비준하지 않으면 행정협정에 불과하고, 차기 대통령이 펜 한번 굴리거나 의회가 입법을 통해 합의를 뒤집을 수 있는데, 그래도 오바마와 협상을 타결하고 싶은지 이란 측에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이 주도한 이 편지는 “미국 대통령은 4년 임기를 한번 연임할 수 있을 뿐이지만, 상원의원들은 6년 임기를 무제한 연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7년 1월 퇴임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보다 더 오래 있을 것이고, 아마 수십년은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54명 중 7명만 빼고 모두 참여한 이 편지는 사실상 미·이란의 강경파가 손을 잡고 외교적 노력을 무산시키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이란에서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협상 의지는 혁명수비대 등 핵무기를 추구하는 강경파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기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이 이란의 강경파들과 공통된 주장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특이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이 편지는 어떤 법률적 가치도 없는 프로파간다 술책”이라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어떠한 합의에도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정치 압력집단이 합의 가능성에 겁을 먹고 외교사에 유례없는 방식을 동원하는 게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한 미국 관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이번 행동이 미·이란 합의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합의가 무산될 경우 이를 이란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져 향후 대이란 압박에 대한 국제공조를 얻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중간에 합의를 파기하고 핵무기 제조를 시작하더라도, 만드는 데 1년 이상 시간이 걸리도록 조치하고 이러한 합의를 10년간 유효하게 하는 합의안의 윤곽을 마련한 상태다. 공화당은 이러한 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에는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행정부와 상의 없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해 상·하원 합동 연설 기회를 주며 오바마의 핵협상을 비난하게 했다. 3월 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오는 15일 스위스에서 자리프 장관을 만나 막판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