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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설마 혹시 말고 내시경 검사를

입력 2015.03.12 21:02

  • 서병조 | 해운대백병원 김진복기념 위암센터·로봇수술센터 소장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오셨습니까.”

예나 지금이나 환자가 외래진료실에 들어서면 의사가 처음 묻는 질문이다. 필자가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서울백병원 한국위암센터에서 위암 수술을 시작할 즈음인 20여년 전만 해도 이 질문에 환자들은 “음식을 먹고 토합니다” “대변이 검게 나와요”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술 인술]위암, 설마 혹시 말고 내시경 검사를

대학병원 위암센터에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외부 병·의원에서 위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찾아온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환자들은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건강검진 위내시경에서 위암이래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대답한다.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위암 전문 외과의사가 외래에서 환자와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다. 위암으로 인해 음식을 먹고 토한다는 것은 암이 진행되어 위장의 출구가 막혀버린 진행암의 증상이다. 또 대변이 검게 나온다는 것은 진행성 위암에서 출혈이 생겨 변으로 나온다는 의미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위암 3기는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3기 정도의 위암은 근치적으로 수술을 하고 보조항암 요법을 시행한다 해도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50~60% 정도다.

이와 대비가 되는 경우로, 아무런 증상 없이 검진 위내시경에서 위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 암의 진행 정도가 깊지 않은 조기 위암이다. 근치적 수술을 받는다면 1기 위암은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완치 가능성이 높다.

1970~1980년대에 한국의 위암 환자 80%가 3~4기였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1~2기 환자가 80% 정도다.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1990년대 초 40% 정도에서 2000년대에는 70% 가까이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이는 수술기법의 발전과 더불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조기 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80%이고 진행성 위암도 구토·출혈 증상이 없는 경우가 10~20% 정도를 차지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위암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발병 위험성이 큰 40대부터 남녀 공히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위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것보다 많은 나트륨(염분)을 섭취하는 오래된 식습관을 바꿔 싱겁게 먹어야 한다. 맵고 짠 음식이나 식품, 가공된 육류 등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피하는 1차적 예방이 중요하다. 그러나 입맛을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식습관 개선으로 위암 발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2차 예방)이 최선책이다.

아무리 치료방법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진단 당시에 이미 위암의 진행정도가 심해 혈행성이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완치는 거의 불가능한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술 전 화학요법(항암치료)으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전혀 손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 중 약 2년6개월 전에 위암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은 70대 여성이 있었다. 진단 당시 이미 복부 대동맥 림프절 전이가 있어 수술 전 화학요법으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절제된 표본의 병기는 1기로 나와 예후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술 후 반복적으로 항암요법을 시행했음에도 림프절과 뼈의 암 재발을 막지 못해 결국 사망했다. 이처럼 위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현재로서는 아무리 최신 치료법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나중에 그 환자분이 항암치료를 하는 중 주치의에게 갈치를 선물하고 싶어 힘든 몸을 이끌고 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증상이 없어도 40대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꼭 위내시경 검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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