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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보면 인간이 보인다

입력 2015.03.13 20:51

수정 2015.03.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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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캐스파 헨더슨 지음·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 540쪽 | 2만5000원

[책과 삶]동물을 보면 인간이 보인다

‘인간은 왜 인간인가.’ 1950년대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는 인간에 대해 “더 하등한 동물들의 본능을 대신하고 자신을 떠받치는 사상, 신념, 습관, 관습으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세계를 구축한 꿈의 존재”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항상 스스로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를 찾기 위해 애써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 동물, 벤저민 프랭클린은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시인 브라이언 브리스천은 “인간은 왜 자신이 독특한가를 고민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에 걸쳐 한때 인간만이 지녔다고 여겼던 능력 중 도구 이용, 도덕, 문화 등이 다른 동물에게서도 일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영국의 환경·인권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세계 곳곳을 탐험했다. 책은 동물학, 신화, 고생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경계를 넘나든다. 그래서 ‘21세기판 동물우화집’이다. 대항해시대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짓밟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초상이자 현대 재생생물학의 모티브가 되는 아홀로틀, 유독 선명한 배아 발달 과정을 가진 제브라피시, 폭력적이고 사악하다고 알려진 일본원숭이, 그리고 인간까지 총 27종의 동물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400년 동안 유럽인들은 바다코끼리를 보면서 웃고 즐긴 뒤에 그들을 죽였다. 1605년 런던 무스코비 회사는 스피츠베르겐으로 배를 보내 여름 내내 머물면서 바다코끼리를 잡았고 그들을 펄펄 끓여 비누를 만들 지방을 얻었다. 1606년 여름 무렵에는 너무나 능숙해져서 상륙한 지 6시간 만에 다 자란 바다코끼리 700여마리를 잡을 정도였다. 환경 전문가인 저자는 달랐을까. ‘돌봄과 나눔의 환경 의식으로 무장한’ 저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으려 하자 바다코끼리 떼는 앞다퉈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의 선장은 바다코끼리들이 쉬는 것을 망쳤다고 화를 냈다. 저자는 “우리는 선한 의도라고 믿었지만 집단 전체로 볼 때 우리는 ‘시시껄렁한 파괴자 무리’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책이 동물 하나하나를 체계적으로 개괄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용어인 ‘알레테이아고리아(aletheiagoria)’를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환등(phantasmagoria·영화가 등장하기 이전에 빛이 투영된 그림자를 이용하던 영상 장치)’이라는 단어에 ‘진리’ 또는 ‘드러냄’을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를 합성한 것이다. “더 거대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깜빡거리는 ‘실상(real image)’”을 의미한다.

저자는 “동물들을 통해 존재 방식을 몇 가지 다른 각도에서 보고자 시도했고 그들이 인간과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상상하고 있는지, 또 그들의 닮은 점이나 다른 점이 인간의 능력과 삶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책은 인간이 스스로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게 만든다. 존재하는 것들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체홉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게 한다면, 인간은 더욱 나은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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