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 S는 2.0ℓ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 6.8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BMW코리아 제공
BMW ‘미니’의 뒷번호판 아래에는 ‘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라고 적혀 있다. 미니를 몰아보기 전에는 이 문구가 ‘읍소’처럼 여겨졌다. “이름처럼 몸집이 왜소하니 제발 놀리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미니를 몰아본 뒤 잘못된 해석이란 걸 깨달았다. 읍소가 아닌,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경고’였다.
미니는 성인 4명을 태우고 트렁크에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소형차를 만들자는 목표로 탄생한 차다. 1959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56세가 됐다. 영국 배우 로완 앳킨슨이 TV 시리즈 ‘미스터 빈’에 타고 나오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미스터 빈’에 등장할 때만 해도 미니는 이름처럼 조금은 ‘나약한’ 차였다. 하지만 독일 BMW로 소유권이 넘어가고 2001년 지금의 얼굴을 한 ‘뉴 미니’가 나오면서 캐릭터가 확 달라졌다. 변화한 미니를 가장 쉽게 체험할 수 있는 모델이 최상급 모델인 미니 쿠퍼 S다.
미니 쿠퍼 S는 2.0ℓ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가 나오는 엔진이다.
현대차 쏘나타 ‘2.0 CVVL’ 모델에 사용되는 엔진보다 출력은 24마력, 토크는 8.1㎏·m가 더 나온다. 전장이 쏘나타보다 1m이상 짧고, 무게도 300㎏가량 가벼운 차에 출력은 더 큰 엔진을 얹었으니 결과는 뻔하다. 직접 몰아보지 않아도 미니 쿠퍼 S의 동력성능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니 쿠퍼 S의 뒷모습. 머플러는 뒷범퍼 중앙부에 배치됐다.
쿠퍼 S의 주행모드는 일반, 그린, 스포츠 모드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모드에 놓으면 남성운전자들도 운전이 쉽지 않을 정도 스파르탄해진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조금만 떼려 해도 튀어나가지 못해 안달을 한다.
가속페달을 밟아주면 거칠고 요란스럽다고 지적받을 정도로 세차게 발진한다. BMW가 밝힌 쿠퍼 S의 제로백(시속 0㎞에서 100㎞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6.8초지만, 덩치가 작고 운전자의 포지션도 높지 않아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미니 쿠퍼 S의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35㎞나 된다. 하지만 일반인이 미니로 이 정도 속도를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쿠퍼 S의 스티어링 휠은 꽤나 예민하다. 일반승용차처럼 이리저리 돌렸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스티어링 휠 감각이 경주용 카트와 흡사하다. 유격이 아예 없는 것같다. 살짝만 움직여도 왼쪽, 오른쪽으로 콧등을 잽싸게 들이민다.
고속 주행 때는 이처럼 민감한 스티어링 휠의 특성이 부담스러울 때가 적잖다. 지반이 침하돼 굴곡진 도로에서는 운전대를 쥔 손에 땀이 찰 정도로 집중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서스펜션은 마치 댐퍼(쇼크업소버)가 없는 것처럼 딱딱하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BMW 고성능 버전인 ‘M’보다 더 하드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단차가 있거나 패인 노면 상황이 엉덩이에 가감없이 전달된다. 운전 내내 엉덩이에 다양한 자극이 와닿는다.
미니 쿠퍼는 최저 지상고가 낮지만 스트로크가 짧고 단단한 댐퍼 덕분에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노면 마찰이 거의 없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예리한 스티어링 휠 감각은 미니 쿠퍼 S의 핸들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미니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몸체를 잘 돌려 주지만, 부드럽거나 세련된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즉답적이며 다소 거칠다.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다 보면 4바퀴가 도로의 곡선로를 따라 돌지 않고, 마치 드리프트를 하듯 수평으로 미끄러지면서 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코너링이 불안감을 주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 조작으로 잘못된 주행라인을 어렵지 않게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구입자 가운데는 이 맛을 잊지 못해 조금은 불편해도 미니를 다른 차로 바꾸지 못하는 매니아들이 많다.
경주용 카트 같은 미니의 주행감은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앙징맞은 디자인에 반해 미니를 구입한 여성 운전자들 일부는 3개월가량 지나면 ‘다른 차로 바꿔달라’며 딜러점을 찾는다고 한다.
미니 쿠퍼S가 그렇다고 ‘달리는 맛’만 추구한 차는 아니다. 운전자의 시각과 촉각, 청각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실내에 제법 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달리는 재미와 감성적인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놀이기구’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미니 쿠퍼 S의 세련된 색상과 디자인은 도심과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가 그렇다. 미니 쿠퍼 S의 실내는 비행기 조종석을 떠올리게 한다. 토글 스위치가 대표적이다.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도 일반 차와 다르다. 차에 오르면 이 스위치는 마치 심장이 뛰듯 빨간색으로 점등되면서 반짝인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컬러 디스플레이는 온갖 색상으로 바뀌는 발광다이오드(LED) 링으로 둘러쌓여 있다.이 링은 엔진 스타트·스톱, 에어컨 온도, 오디오 볼륨을 조작할 때마다 푸른색과 붉은색,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시각적인 재미거리를 제공한다.
쿠퍼 S에는 미니 모델 가운데 처음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앞유리창에 속도나 교통정보 등이 비치는 방식은 아니다. 스위치를 누르면 운전석 앞 대시보드에서 어른 손바닥만한 투명 아크릴판이 올라 오는데, 여기에 정보가 안내된다. 스위치를 끄면 아크릴판은 다시 대시보드 아래로 숨는다.
미니의 실내에는 이름과 달리 ‘빅’한 장치도 있다. 오디오 음질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해상도는 떨어지면서 임장감만 강조한, 브랜드 값 못하는 카오디오 시스템과는 다르다. 쿠퍼 S의 오디오를 켜고 있으면 아날로그 시절,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나카미치나 베커 같은 고급 카오디오가 떠오른다.
미니 쿠퍼 S의 복합연비는 ℓ당 12.2㎞다. 실제 주행에서는 11.5㎞가 나왔다. 테스트를 하느라 급가속에 고속주행을 일삼은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비다. 가격은 BMW가 만든 차답게 좀 비싼 42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