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이탈리아 국제첨단과학대학원(SISSA) 박사인 물리학교수 카셈 엑시리파트(40)는 지난 달 대학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연구 실적이 부진했던 것일까,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일까. 이유는 뜻밖에도 그의 독특한 목소리였다.
가디언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목소리때문에 해고당한 이란의 한 대학교수 이야기를 보도했다.
엑시리파트 교수는 지난 달 하셈 나시르 투시 대학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이 학교에서 강의를 해왔고, 1년 뒤 재계약을 앞두고 인사심의위에 불려갔다. 이란의 대학은 종교에 대한 신실함 등 여러 기준에 맞춰 대학교수로서의 자격을 평가하고 계약 연장을 결정한다.
학교가 그에게 내민 대학교수의 자격 조건은 특이했다. 학교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여성스러워서 “수업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리파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황당함을 토로했다.
“난 대학교수 자격이 없어요. 왜냐구요? 내 목소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죠. 그들은 내 목소리가 너무 여성스럽다고 하더군요.”
엑시리파트 교수는 “그들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수를 조롱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내 학생들은 한번도 나를 웃음거리로 만든 적이 없다”며 “의사들도 내가 아주 ‘건강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논리라면) 대머리나 뚱뚱한 사람들도 교실에서 놀림거리가 될 수 있으니 교수직을 박탈해야 된다는 뜻이냐”며 “만화 속 세상에서나 나오는 일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엑시리파트 교수의 해임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도 학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의 학생 중 한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 10분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생님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학생도 “그는 정말 훌륭하다. 학교의 결정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