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임금 달라” 따지자 “일할 한국애 많다, 그만둬”
김영씨(23)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인 2012년 6월부터 8월까지 한국인이 관리하는 한 포도농장에서 가지치기 일을 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라 6~8월이 한겨울이다. 김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다. 농장이 도심과 차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어 농장 인근의 컨테이너박스에서 다른 한국인 아르바이트생 20여명과 함께 잠을 잤다. 난방이 안돼 사비로 산 전기장판을 깔고 잤다. 그러고도 매달 꼬박꼬박 350호주달러(약 30만원)씩 월세를 냈다. 석 달 쓰고 버릴 가지치기용 가위와 장갑·장화 등 작업도구도 자기 돈으로 사야 했다. 가위 하나 사는 데 800호주달러(약 70만원)가 들었다.
휴일도 없다시피 일하면서 김씨는 시간당 11호주달러(약 9000원)를 받았다. 당시 호주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5.59호주달러(약 1만3000원)였다. “왜 법대로 안 주느냐”고 따지자 한국인 관리자는 “너 말고도 일자리 찾는 한국애들 많다. 싫으면 그만두라”고 답했다.
돈을 모으거나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호주 등지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한국인 학생 대다수가 한인 업체를 먼저 찾는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은 언어장벽이 높아 들어가기도,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이들은 “가급적 한인 운영업체는 피하라”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호주 현지 한국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시간당 13~15호주달러에 일할 한인 학생을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015년 현재 호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16.87호주달러(약 1만4000원)다. 워킹홀리데이 상담업체 관계자는 18일 “영어가 안돼 현지업자 밑에서 일할 자신이 없다면 시간당 9~10호주달러를 받고 일할 각오를 해야 한다. 불법이지만 원체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 최저임금을 받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영사서비스과 워킹홀리데이 관련 담당자는 “매년 재외공관 주재로 피해사례를 듣고 있고 업체와도 얘기를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우리가 나서 현지 정부기관 등에 고발한다거나 하기는 어렵다”며 “피해 당사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홍보·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