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송파 세 모녀·쌍용차 해고자 자살, 군 의문사… ‘사회적 죽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서영찬 기자

▲ 13가지 죽음…이준일 지음 | 지식프레임 | 372쪽 | 1만5000원

[책과 삶]송파 세 모녀·쌍용차 해고자 자살, 군 의문사… ‘사회적 죽음’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개인의 죽음은 한 집안의 애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인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 죽음은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일이 됐다. 사후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족은 사망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망자의 유언을 놓고 법원은 효력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은 검시를 하고, 국가기관은 억울한 죽음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제 개인의 죽음을 말할 때 국가라는 존재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법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서 죽음을 자연사, 뇌사, 안락사, 병사, 의사, 사형 등 13가지로 나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죽음을 사유한다.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쌍용차 해고자의 잇따른 자살은 사회적 타살로 규정된다. 왕따나 실직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우도 같은 유형이다. 안중근처럼 대의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열사도 사회적 죽음에 해당한다. 죽음을 이르게 한 배경에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죽음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의 분신 같은 고발적 죽음과 군대 의문사는 물론, 살인도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는데 그 책임은 사회에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 정책과 제도 차원에서 죽음을 들여다봐야 사회적 죽음이 잘 포착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사회적 죽음을 사유하기 위해 길잡이로 삼은 것은 법이다. 13가지 죽음에 얽힌 사회적 윤리 관념, 복지 수준, 논쟁거리 등을 법조문과 판례를 들어가며 흥미롭게 설명한다. 법은 한 사회집단의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법이 뇌사, 안락사, 사형 등을 어떻게 다루는지 고찰하면 그 사회의 사생관(死生觀)을 엿볼 수 있다. 흔히 납골시설은 대표적 혐오시설로 꼽혀 지역 갈등을 유발하곤 하는데 법은 일반인의 통념보다 앞서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삶과 죽음에 대하여 사색할 수 있는 종교 내지 사회시설로 납골시설이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유해한 환경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는 인간으로 하여금 다양한 갈등을 새로운 차원에서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지만 소설, 그림, 영화 등을 적절히 끌어와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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