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에 공작” 분노… 이스라엘은 “오보” 반발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비공개 핵협상 내용을 몰래 빼내 핵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건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이견으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미-이스라엘 관계가 한층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등 주요국이 이란 핵프로그램 감축 협상에 들어갔을 때, 이스라엘이 이 비공개 협상 정보를 빼냈다는 사실을 미국이 확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백악관 고위관리들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의 통신을 감청한 미국 정보기관이 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비공개 협상을 염탐한 것이 아니라 이란 지도자 밀착감시 등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비공개 회담 내용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이스라엘의 수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상 참가국 중 이란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프랑스가 이스라엘에 협상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스파이 행위 자체보다도 이스라엘이 핵협상에 반대하는 미 의원들에게 기밀정보를 전달한 데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 미국 고위관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상호 스파이 행위를 하는 것과 이스라엘이 미국의 기밀정보를 빼내고 의원들에게 공작을 벌여 미 외교정책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정보는 핵협상에 극렬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백악관과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해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도록 했고, 이란 강경파에게 “우리가 협상 내용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핵협상 타결을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와중에 터진 이번 ‘스파이 사건’의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오보’라고 강력 반발했다. 아비그도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미국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보는 미국이 아니라 다른 주체를 통해 수집한 것”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