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콤팩트 세단 제타.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한국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폭스바겐 모델은 티구안이다. 지난 2월까지 1561대가 팔렸다. 그 뒤를 골프와 파사트가 잇고 있다. 이들 인기 모델을 조금 뒤에서 지켜보는 모델이 제타다. 같은 기간 481대가 팔렸다.
제타는 ‘제트기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이름처럼 ‘속도감’있게 판매되지 못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가 크다.
제타는 ‘핫해치’로 불리는 골프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2박스카인 골프에 트렁크를 추가해 3박스카가 되면서 전장이 늘어났지만 기본적인 성능은 골프와 아주 가깝다.
튜닝을 달리했지만 엔진은 기본적으로 1968㏄ 직분사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변속기도 트림에 따라 6단과 7단을 혼용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듀얼 클러치(DCT)를 사용하는 점은 동일하다. 서스펜션 형식도 앞바퀴는 맥퍼슨 스트럿, 뒤차축은 멀티링크로 같다.
제타의 인테리어. 버튼 배치가 직관적이고 조작도 수월하다.
실제 달려보면 주행감이 골프와 흡사하다. 제타 2.0 TDI BMT 프리미엄에 사용되는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는 34.7㎏·m가 나온다. 마력만 본다면 2.0ℓ 디젤엔진치고는 크지 않은 출력이다.
하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에 놓으면 엔진 회전수가 3000~4000rpm을 오르내리며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최대토크가 1750~3000rpm에서 발생해 저속과 고속 어느 구간에서든 부족함 없이 차체를 밀어주는 가속감을 만들어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8.9초다. 골프 2.0 TDI보다 고작 0.3초 느리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8㎞지만 이 속도에 이르려면 직선구간이 꽤 많이 필요하다.
핸들링 감각도 골프와 비슷하다. 세단이지만 차체가 크지 않은 덕분에 아주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 빠른 코너링에서도 제타는 고집부리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곡선을 타고 돌아준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도 차선을 바꾸기가 어렵지 않다. 스티어링 휠이 무겁지 않아 오랜 운전에도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골프보다 소프트한 편이다. 하지만 국산차보다는 조금 단단하다.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승차감이다. 부드럽다고 무른 것은 아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4바퀴가 모두 넘어간 뒤에도 여진(잇따라 전해지는 잔진동)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높은 차체 강성과 폭스바겐의 서스펜션 세팅 노하우가 조합된 결과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골프 그대로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도 운전자에게 도로를 꽉 쥐고 있다는 강한 ‘홀딩감’을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은 고속에서 날리지 않고 적당히 무거워진다.
연비도 높다. 정부 공인연비는 복합기준으로 ℓ당 15.5㎞다. 실제 도심 도로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주행해보면 ℓ당 15㎞는 쉽게 나온다. 시내 주행을 주로 해도 13㎞ 이상은 너끈하게 기록한다.
제타는 수입차 엔트리 모델로 알맞다.
제타는 실용성 면에서 골프를 앞선다. 골프는 독신이거나 1~2인 가정에 적합한 차다. 그러나 자녀가 생기면 효용이 떨어진다. 트렁크 공간이 협소해 유모차를 싣기가 어렵다.
아이가 둘이 되면 옷가방도 넣어야 한다. 더 큰 트렁크 공간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제타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제타를 운전해보면 특별히 ‘빠지는 게 없는 차’란 느낌을 받게 된다. 탁월한 재능은 없어도 언제나 신뢰감을 주는 듬직한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달리기 성능과 고연비라는 골프의 ‘개인기’를 부러워하면서도 해치백이 부담스러운 30대 가장에게 어울리는 수입차가 제타다. 3650만원이란 가격도 수입차 입문용 모델로 선택하기에 적당하다. 110 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한 ‘2.0 TDI 블루모션’ 트림은 이보다 500만원이 저렴한 31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