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2일(현지시간)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반면, 미국 등은 이란에게 가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한 금융제재 등을 즉시 철회하기로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원심분리기의 갯수를 현행 1만9000개에서 3분의 1 수준인 6104개로 줄이기로 하는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 가운데 506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농축률은 3.67%를 넘어설 수 없게 했다. 저농축 우라늄만 제한적으로 생산함으로써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또 현재 이란이 가진 1만㎏의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모두 3.67%의 저농축 우라늄 300㎏으로 줄이도록 했다.
케리 장관은 “이로써 이란은 무기급 농축우라늄 생산을 단시간 내에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란이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브레이킹타임)이 현재 2~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러한 합의를 10~15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원심분리기 갯수 제한은 10년간, 3.67% 이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은 15년간 유효하다. 또 이란은 앞으로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목적으로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기로 합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나탄즈와 포르도의 농축 우라늄 시설 등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권을 갖고 이란의 합의 이행을 사찰하게 된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연구·개발은 브레이킹타임 1년을 유지한다는 제약 하에 향후 10년간 할 수 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추가의정서에 따라 2025년 이후에는 이란이 IAEA에 우라늄 농축 연구·개발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지키도록 했다.
이란이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미국 등은 이란에 가한 핵개발 관련 제재의 상당 부분을 해제하기로 했다. 국무부는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한 모든 핵심 우려사항을 해결하는 것을 완료하는 즉시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독자적으로 가한 대이란 제재는 합의가 유지되는 10~15년의 상당 기간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합의 타결 직후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면서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전례 없는 검증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약 이란이 위반하려고 한다면 세상이 즉시 알 수 있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범위(parameters)에 도달했다. 합의안 작성을 즉시 시작해 6월30일까지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등이 발표했듯이 이날 합의의 명칭은 ‘포괄적인 공동 행동을 위한 계획 범위(Parameters for 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다. 이는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에 비견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 등은 이러한 큰 틀의 합의를 바탕으로 오는 6월30일까지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포괄적인 최종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은 2012년부터 1년여의 비밀협상을 통해 2013년 11월 이란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하기로 하는 잠정합의를 도출하고 최종합의를 만들기 위해 협상해왔다. 하지만 이란에 허용할 원심분리기 갯수 등 핵심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7월로 예정된 시한을 1년 뒤인 올해 7월까지 연기했다. 협상 참가국들은 3월31일까지 큰 틀의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고, 7월 이전까지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까지 마무리짓기로 하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